
마음에 울림을 주는 섬세한 문장들
그림과 문장 사이사이 얽힌 이야기들을 길어 올려
내밀한 삶과 엮어낸 내 영혼의 미술관
몸을 숙인 채 바삐 걸어가는 한 여인의 고독한 산책은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는 시인의 노래와 교차한다. 전쟁터로 떠나야 하는 한 남자와 보낼 수밖에 없는 여인의 뜨거운 입맞춤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불운이나 사랑하지 않는 것은 불행”이라는 카뮈의 말과 중첩된다. 더불어, 수록된 문장을 따라 쓰거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을 함께 담아, 나만의 섬세한 언어로 재해석하는 기록의 시간을 마련한다.
결국, 이 책은 그림과 문장을 엮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에 대한 짧지만 깊이 있는 해석과 삶에 대한 힘 있는 성찰의 문장은 힘들고 지친 우리 모두에게 작은 위로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 프롤로그
1장. 읽고, 놀고, 사랑하라 : 일상의 발견
Night 1 칼 라르손 〈부엌, 집으로부터〉
Night 2 시네이 메르세 팔 〈열기구〉
Night 3 에바 곤잘레스 〈침실에서〉
Night 4 에리크 베렌스키올드 〈떠들썩한 소리〉
Night 5 알렉세이 하를라모프 〈책을 들고 있는 소녀〉
Night 6 프란츠 폰 슈투크 〈유성들〉
Night 7 니콜라에 토니차 〈녹색 리본을 맨 아이〉
Night 8 요제프 리플 로나이 〈밤의 공원〉
Night 9 레옹 스필리에르트 〈어부의 아내〉
Night 10 스탠리 스펜서 〈락 로즈. 올드 로지. 태플로우〉
Night 11 장 조프루아 〈그림 수업〉
Night 12 앙리 루소 〈카니발 이브닝〉
Night 13 안젤로 모르벨리 〈마조레호수의 배〉
Night 14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 근처 산책〉
Night 15 피에르 보나르 〈글 쓰는 젊은 여인〉
Night 16 페데리코 잔도메네기 〈침대에서〉
Night 17 프란체스코 하예즈 〈입맞춤〉
2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법
Night 18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슈거링 오프〉
Night 19 귀스타브 카유보트 〈예르강에 내리는 비〉
Night 20 조르조 모란디 〈정물〉
Night 21 필립 윌슨 스티어 〈해변의 젊은 여인〉
Night 22 쿠노 아미에트 〈일몰〉
Night 23 알렉세이 야블렌스키 〈추상적 얼굴: 핑크색 심포니〉
Night 24 루이 장모 〈영혼의 비상〉
Night 25 미칼로유스 콘스탄티나스 치율리오니스 〈천사의 서곡〉
Night 26 조지 벨로스 〈뎀프시와 피르포〉
Night 27 아르놀트 뵈클린 〈죽음의 섬〉
Night 28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바다 위의 수도사〉
Night 29 에밀리오 롱고니 〈홀로〉
Night 30 프랭크 웨스턴 벤슨 〈그랜드강 위에서〉
Night 31 애그니스 펠턴 〈궤도들〉
Night 32 마리 바시키르체프 〈우산〉
Night 33 리베 페르스휘어 〈1680년의 대혜성〉
Night 34 엘렌 테슬레프 〈메아리〉
3장. 예술과 예술가, 그들이 건네는 말
Night 35 빈센트 반 고흐 〈구름 낀 하늘 아래 오베르의 밀밭 〉
Night 36 빈센트 반 고흐 〈아이리스〉
Night 37 오딜롱 르동 〈오르페우스〉
Night 38 니콜라 드 스탈 〈갈매기들〉
Night 39 맥스필드 패리시 〈등을 들고 있는 사람들〉
Night 40 앙리 마티스 〈개가 있는 실내〉
Night 41 구스타프 클림트 〈음악〉
Night 42 파울 클레 〈황금 물고기〉
Night 43 얀 만커스 〈늙은 염소〉
Night 44 아서 도브 〈비평가〉
Night 45 지노 세베리니 〈바다의 무희〉
Night 46 인드르지흐 슈티르스키 〈아쿠아리움〉
Night 47 코르넬리우스 헤이스브레흐트 〈액자에 끼워진 그림의 뒷면〉
Night 48 라이오넬 파이닝거 〈겔메로다 9〉
그렇게 매일 밤, 그림 앞에 앉아 해설을 쓰며 그 속에서 즐겁게 유영했다. 한 점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마치 깊은 물속으로 잠수하는 것과도 같았다. 표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화가의 붓질 하나, 색의 조합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들을 길어 올려 문장과 연결하는 밤의 시간들은 고독했지만 풍요로웠다. _프롤로그 중에서
Night 3. 조용한 시작을 그리다
창문 너머의 빛은 아직 방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여인의 맨발이 닿은 바닥은 차갑다. 잠에서 깨어나는 몸의 감각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처럼 에바 곤잘레스는 자기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일상을 의도적으로 가공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침의 조용한 공기, 평범한 침묵 속의 주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김용택 시인의 『아침산책』 속 유명한 구절 “사람들이 가 보지 않은 세상이 얼마나 많은가”가 떠오른다. 이 여인에게도 오늘은 아직 가 보지 않은 세상이다. 어제와 똑같은 침실에서 똑같은 커튼을 열지만 오늘의 빛은 어제와 다르다. 우리가 늘 같은 일상을 산다고 생각해도, 사실 매일 조금씩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듯이. _〈침실에서〉, 에바 곤잘레스
Night 12.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본래 파리의 세관원이었던 앙리 루소는 직장이 쉬는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일요일의 화가’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곤 했다. 또한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으므로 루브르 박물관에 가 작품을 모사해 가며 실력을 쌓았고, 그 뒤로는 자신의 순수한 직관을 바탕으로 인상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창조했다.
작품 속 두 인물은 이탈리아의 즉흥 가면 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전통적 캐릭터 피에로와 콜롬비나로 보인다. 그러나 루소는 이들을 베네치아의 화려한 카니발이 아닌, 파리 근교의 쓸쓸한 겨울 숲에 세
워 놓았다. 이 기묘한 배치는 우연이 아니다. 19세기 말 파리는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축제 때마저도 어딘가 쓸쓸함을 자아내던 도시였고, 그는 이 시대의 멜랑콜리를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_〈카니발 이브닝〉, 앙리 루소
Night 27. 상실과 발견
뵈클린의 배는 삶이 끝나고 죽음이 시작되는 경계선을 향해 나아간다. 삶의 평온이 꺼지는 순간, 인간이 느끼는 막막함과 초월의 감정이 이 배 안에 실려 있다. 뵈클린은 이 그림을 다섯 번이나 반복해 그렸는데, 유럽의 여러 수집가들과 황제들, 영화감독, 심지어는 프로이트와 히틀러 그리고 레닌까지 이 작품에 매혹되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이 그림 속에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 그리고 그 운명 앞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_〈죽음의 섬〉, 아르놀트 뵈클린
Night 30. 고요한 투쟁
우리의 삶은 투쟁이며 동시에 여정이다. 이 사내의 항해가 바로 그 과정을 보여 준다. 편안해 보이는 하늘빛 물결 위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 막대를 강바닥에 대고 밀고, 다시 들어 올리는 동작의 반복. 물 위를 나아가는 일은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균형을 잃고, 물살을 잘못 읽으면 방향을 놓친다. “선은 악과 투쟁해야 하며, 참은 거짓과 투쟁해야 한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사내는 매 순간 물의 저항과 투쟁하며 마땅한 길을 찾아 나아간다. 그의 막대는 도구가 아니라 자연과 대화하는 언어다. _〈그랜드강 위에서〉, 프랭크 웨스턴 벤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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