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당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지.”
2025년 가을의 끝자락, 청림출판에서는 여백서원과 괴테마을에서 괴테를 연구하고 독일 문화를 소개해온 ‘괴테 할머니’,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의 에세이 《인생을 배우다》의 개정판을 출간한다. 이 책은 2011년 한국인 최초로 ‘괴테 금메달Goldene Goethe Medaille’을 수상하며, 세계적 석학의 반열에 들어선 전영애 교수의 인생과 문학을 담아낸 책으로, 2014년 초판 발간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괴테 금메달 수상 이후로도 국내에서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을 받고, 한독협회에서 ‘이미륵상’을 수상하며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해온 전영애 교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삶과 문학,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 가득한 마음을 전해왔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오며 괴테와 독일 문화의 전도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안내하는 따듯한 세상으로 지금, 당신을 초대한다.
- 개정판에 부치는 글
프롤로그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1장 인생을 배운 찰나의 순간들
그런 한순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시골 아이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헤벨의 〈세 가지 소원〉
“괜찮아요, 제 일인걸요.”
회사원 같은 아이
물살을, 삶을 헤치는 법
삶의 기본 중의 기본
아들의 빈손에 들려 있던 맥주 캔 하나
아버지처럼
그래도 한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할 때
2장 몹시도 귀한 것, 가장 귀한 것
글라디올러스를 등에 지고
어리석은 채로 셈이 안 되는 채로
토리노 포 강변의 할아버지
아들의 식당
은인을 찾습니다
열네 번을 여닫아야 하는 문
손안에서 피어나는 꽃
“아이 캄 프롬 제르마니”
하느님의 AS
선물
도나우 강변에 지어두고 온 ‘시정詩亭’
3장 한 삶으로부터
문학은 사람을 만듭니다
아름다운 사치
몸 가볍게 떠나신 아버지
삶이란 나만의 자서전을 만드는 일
레게머리 지원이
세상에서 제일 고운 신부 선영이
니나에게 배운 것
너는 거기 낮은 곳에
사랑을 통해서만
은행잎 쿠키, 4대에 걸친 우정
차마 잠든 딸을 깨우지 못하고
4장 시를 굽는 사람들
시를 쓰지 않을 순 없었다
맑은 사람들을 위한 집 ‘여백서원’
카프카와 소정이의 악보
딸에게 마라톤을 시킨 어머니
그 침대
꼿꼿하신 내 시詩의 선생님
존댓말의 힘
화가가 못 되었다
오작교 자리 내 자리
눈에 힘! 주고
5장 사랑이 우리를 살린다
반 뼘을 둔 셈질
왜 책을 읽어야 하지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사랑도 예금 잔액처럼 아껴 써야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_주례의 말
나무 고아원
밥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되었으면서
내가 믿는 것
색동꼬리연
달맞이꽃 핀 밤
고운 마음으로 그 작은 마을까지 와서 음악회를 빛내준 이가 그 피아니스트 한 사람뿐이겠는가. 그들 모두가 나뿐만 아니라 내 마을의 꼬마 친구들의 기억 속에 별처럼 남아 있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빛나는 별이다. 별을 마음에 간직한 사람들도 빛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별들을 하나씩이라도 기억에 품은 우리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다 조금씩 빛나고 있는 것 아닐까
_p. 31 〈시골 아이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중에서
주저 없이 고통 곁으로 달려갔던 것, 그냥 잠시 그 곁에 머물러 있었던 것. 그러니까 내가 한 번쯤 잘한 일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 사람이 떠난 빈 자리가 채워질 리는 없지만, 인생의 쓸쓸함이 아주 조금은 달래지는 것 같다.
_p. 80 〈글라디올러스를 등에 지고〉 중에서
어두운 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불 켜진 딸의 방을 쳐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안에 정말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피어 있구나, 작은 한 송이 지혜의 꽃이. 세상의 비바람 속에서도 견뎌야 할 텐데.
만년필을 잡으면 글을 쓰지 않아도 손이 따뜻하다. 만년필을 놓고 스탠드 불빛 앞에서 손을 펴본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주먹을 가만히 쥐었다가 다시 펴면, 내 손안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듯하다.
_p. 112 〈손안에서 피어나는 꽃〉 중에서
사랑은 내게 무엇인가. 무어라 한마디로 말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세상의 온갖 종교와 철학도 그것을 넘어서는 복음을 아직 생각해내지 못한 걸 보면 아마 몹시도 귀한 것, 가장 귀한 것에다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은 것 같다. 귀한 무언가를 향해 가는 마음을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_p. 181 〈사랑을 통해서만〉 중에서
책에서 나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생각을, 많은 생각을 하며 읽는다. 공감하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낯설어하며 물리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세상에는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며 조금 사고가 열리기도 한다. 그렇게 열리는, 어쩌면 열려야 하는 사고의 지평은 무한하다. 그리고 그 열린 지평이 다 나의 세계이다.
_pp. 257~258 〈왜 책을 읽어야 하지요?〉 중에서
어둠 속에는 저렇듯 어느 하룻밤 동안 달빛 속에 향기로운 꽃이 될 것을 위해 제 몸에 향기를 담아가는 것도 있고, 또 그 꽃에 의지하여 언젠가 하늘로 날아갈 제 몸을 키우는 것도 있다. 그리고 그런 고요히 어울려 있는 삶의 이치들을 이 어두운 들길에서 이제야 내가 조금씩 깨우치고 있다.
_p. 299 〈달맞이꽃 핀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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