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후변화가 ‘자연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이들에게 이 책이 제시하는 사례들은 적잖은 충격을 안겨다 줄 것이다. “기후변화의 증거가 폭염, 산불, 태풍, 가뭄이 아니라 ‘우리 몸’이었다고?” 기후재난을 근미래에 발생할 일이랄지, 종말론적인 스펙터클로 여겨왔던 안일한 사고방식을 뒤집어 이 책은 현재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재난의 실체를 폭로한다. 뇌과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인 저자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이 우리 뇌부터 몸, 마음에 걸쳐 기후변화가 어떻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지 신경과학?데이터과학?인지심리학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기억력 감퇴, 폭력성 촉발, 신경퇴행 질환의 증가, 감염병의 역습, 트라우마 및 우울 증상의 폭발에 이르기까지 소리 없이 찾아와 인간을 수족처럼 부리는 ‘기후 괴물’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난다.
추천의 글: 내 안에 자리 잡은 괴물 같은 현실, 기후변화
프롤로그: 기후변화는 우리의 안팎으로 존재한다
1부 뇌로부터의 위험한 신호
1장 기억: 내 안의 기후를 망각할 때
기후는 변화하고 있는가 | 기후는 어떻게 우리의 일부가 되었는가 | 급변하는 기후가 기억상실을 유발한다 | 미래 예측을 위한 기후평년값 갱신의함정 | 기준선 이동, 점진적 소멸에 대한 점진적 순응 | ‘기후 망각’ 현상의 해독제인 ‘기후 공감’
2장 인지: 뇌는 자연에 스며들어 있다
무더운 곳에서 나타난 뇌의 이상 신호 | 폭염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 | 폭등하는 기온 앞에서 객관적 판단은 허상일 뿐 | 폭염에서 살아남기 위해 멍청해지는 뇌 | 환경에 민감한 생물학적 유기체 | 기후 손상을 회복시키는 생태기후 디자인
3장 행동: 누가 타이슨 몰록을 죽였는가
외부 압력은 스트레스를 얼마나 가중시키는가 | 기온 상승은 보복 행위를 더욱 부채질한다 | 기온과 세로토닌, 폭력성의 상관관계 | 기후변화는 우리의 자유의지까지 결정하는가 | 충동성이 폭발하는 세상에서 자제력을 기르는 법
2부 몸은 어떻게 뒤틀리는가
4장 신경퇴행: 독성 물질의 만개
병코돌고래와 버빗원숭이의 이상한 뇌 | 시아노박테리아가 내뿜는 아미노산 독소 | 해양 먹이사슬 전반에 걸쳐 발견된 신경독소 | 기후변화가 시아노박테리아의 대증식을 부르다 | 사막과 물가를 가리지 않고 전파되는 치매 | 수은 중독, 마비, 알츠하이머병의 상승 효과 | 시아노톡신의 위험성이 규제되지 않는 이유 | 에어로졸 탐지기가 뒷마당에서 발견한 것
5장 감염: 질병의 거대한 역습
여름에 아메바가 코로 들어갈 때 | 기후변화와 함께 폭증하는 뇌 질환 | 질병을 과소평가하면 질병을 통제할 수 없다 | 기후 난민이 된 흡혈박쥐가 퍼뜨린 광견병 | 기후 질병은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 개인이 평생 경험하는 환경 스트레스 | 공중보건 정책의 혁신이 상호연결성을 강화시킨다 | 새로운 전염성 뇌 질환에 대응하려면
6장 트라우마: 몸속에 소용돌이가 칠 때
외상 후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일으키는 반응 | 트라우마는 선천적이면서도 후천적이다 | 환경 관련 트라우마가 신체적 장애가 될 때 | 트라우마를 약화시키기 위한 기억의 재구성 | 기후변화의 영향력을 해소하는 신경학적 해독제 | 이야기에 몰입할 때 뇌와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
3부 마음, 상실과 회복의 운동
7장 감각: 뇌와 세계를 잇는 힘
과도한 이산화탄소가 초래한 물고기의 청력 저하 | 놀라움을 최소화하고, 감각 증거를 최대화할 것 | 뇌와 세계는 함께 춤추고 변화한다 | 기후변화로 소리와 색을 잃는다는 감각 | 기민하게 예측하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몸의 게임 | 살기 좋은 행성을 만드는 예측 불가능의 운동
8장 고통: 공감의 요청
극단적인 날씨는 기후불안을 야기한다 | 솔라스탤지어, 기후변화로 인한 우울감 | 하나의 산꼭대기가 없어지면 공동체가 사라진다 | 낙후된 지역일수록 더 나빠지는 정신건강 | 고통은 마음, 몸, 세계를 연결시킨다 |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 이주민들의 흔적 | 험난한 물길을 항해하기 위한 회복력과 적응력
9장 언어: 사미어가 남긴 지구의 문법
GEASSI(여름) | ?AK?A-GEASSI(가을-여름) | RAGAT(발정기) | VUOSTTA? MUOHTA(첫눈) | SKABMA(암흑기) | DALVI(겨울) | DALVEGUOVDIL(한겨울) | GIđđA(봄) | GUOTTET(분만기)
에필로그: 자연의 무게를 함께 느낀다는 것
감사의 말
주석 및 참고문헌
이 책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학자로서든 정치가로서든 개인으로서든 제 살을 깎아먹는 줄도 모르고 무시해온 기후변화의 진실 한 가지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에 해당함에도 이와 관련된 보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 조치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출입국관리소 심사관은 더운 날일수록 망명 신청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뇌에 작용하는 일부 약품은 기온이 높아질수록 효과가 줄어든다. 잦은 산불은 사람들의 터전을 앗아간다. 만성 스트레스가 하나의 질환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후가 변하면서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어나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에서부터 뇌를 좀먹는 아메바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질병 매개체들이 활동 영역을 넓힌다. 자연적인 풍경이 소실되면서 중증 우울증 발병률도 치솟는다. 더운 날에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몇 문제를 더 틀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후위기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 무시무시한 현실이다. 아니, 무시무시하게 느껴져야만 하는 현실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프랭클랜드의 주장에 따르면 망각이 일어나는 비율은 환경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가에 일정 부분 달려 있다. “역동적인 환경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정보의 유용성이 떨어지는 반면 고정적인 환경에서는 기존 정보의 유용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망각이 일어나는 빈도가 낮을 수 있다.” 능동적 망각을 수행하는 목적이 세계를 정확히 모델링하기 위함이라면 환경이 변화하는 경우 현실과 상충되는 특정한 믿음을 조정할 필요 역시 생겨난다. 즉 두뇌는 부정확한 지식을 억누르려 한다. 프랭클랜드 역시 이렇게 지적한다. “모든 기억이 균등하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 「1장 기억: 내 안의 기후를 망각할 때」 중에서
경제학자 앤서니 헤예스가 이끄는 오타와대학 연구진은 망명 심사 과정이 스트레스 하에서 어떤 양상을 보일지 시험하고자 했다. 이런 종류의 판단, 즉 “대부분 당시 기온과는 무관한” 판단이 실제로도 그처럼 무관해 보이는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여느 뛰어난 경제학자들처럼 헤예스 역시 관련 사례를 수십만 건 수집했다. 4년치 판결 20만 건을 모아 기온이 미치는 영향만을 분리해 계산한 결과 실외 기온이 화씨 10도 증가할 때마다 심사관이 망명 신청인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릴 확률이 7% 가까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덧붙였다. “다시 말해 이번 샘플을 관대함의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상위 25%에 속하는 심사관과 하위 25%에 속하는 심사관의 승인 확률 차이가 7.9%에 달한다.” 기온 앞에서 객관성은 허상에 불과했다.
--- 「2장 인지: 뇌는 자연에 스며들어 있다」 중에서
나라얀은 근무 현장과 그 현장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맥락 중 어떤 측면이 차별과 괴롭힘 사례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다시 말해, 각각의 근무 환경과 직원 각자의 배경이 차별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싶었다. 수개월 동안 온갖 통계 기법을 활용해 25만 건의 EEO(균등고용기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라얀은 2022년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정확하고도 엄밀한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차별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는 역시나 기온도 있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최고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인 날에는 최고기온이 섭씨 16~21도인 날에 비해 EEO 고발 사례가 5% 증가했다. 기온이 증가함에 따라 노동조합의 불평 건수도 4% 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앤서니 헤예스가 출입국 심사관을 조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열기의 영향이 실내에까지 지속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편배달부든 사무직원이든 그 영향을 똑같이 받았기 때문이다.
--- 「3장 행동: 누가 타이슨 몰록을 죽였는가」 중에서
충격적인 집단 발병 양상이 드러났다. 발병 사례 중 9건이 여름에 남조류 대증식이 일어난 뉴햄프셔주 서부 마스코마호수 근처에 찍혔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00만 명당 2~3명만이 ALS(루게릭병) 진단을 받는다. 따라서 호수 근처에서 9명이 걸렸다는 건 평균보다 10~25배 높은 발병 비율에 해당한다. 환자들은 서로 친족 관계가 아니었으므로 유전적 원인은 아니었다. 더욱이 발병 사례는 대개 우세풍의 영향을 받는 해안에 집중되어 있었다. 심지어 환자 중 집주인과 정원사도 있었는데 둘이 같은 곳을 자주 다녔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토멜은 이렇게 강조한다. “그렇다고 시아노박테리아가 ALS 사례를 유발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맑지 않은 물 근처에 있다가 ALS를 얻을 위험성이 있다는 뜻은 된다.”
--- 「4장 신경퇴행: 독성 물질의 만개」 중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흡혈박쥐가 광견병을 유발한다는 이론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흡혈박쥐는 복잡한 생태적 역할을 하는 생명체이다. 존재 자체가 생태계의 섬세한 균형에 얽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닥치면서 흡혈박쥐는 이중적인 위험에 직면한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뜨거워지는 기온은 서식지는 물론 먹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흡혈박쥐도 결국 기후 난민인 셈이다. 녀석들이 기존 서식지에서 쫓겨남에 따라 광견병 바이러스도 함께 이동한다.
--- 「5장 감염: 질병의 거대한 역습」 중에서
살펴본 것처럼 PTSD는 종종 시간적 이탈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외상이 현재로 뚫고 들어와 우리의 안정감과 통제력을 압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은 우리가 감각 경험의 지속적인 흐름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어둠을 헤쳐나가게 돕는다. 마음이라는 숲은 위험과 불확실성이 가득 찬 곳일 수 있지만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회복력과 적응력이 샘솟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명상을 통해 트라우마를 내면 풍경을 가득 메운 재앙이 아니라 풍경의 일부로 바라볼 수 있다. 자신의 상처를 연민으로 돌보고 내면의 폭풍을 우아하게 견디는 가운데 성장력과 적응력을 되찾을 수 있다. 자신이 겪은 외상과 평화를 이루고 그것을 인생이라는 더 큰 서사 속에 통합시킬 수 있다.
--- 「6장 트라우마: 몸속에 소용돌이가 칠 때」 중에서
놀라움 최소화 이론의 마법은 자연의 역학을 모든 분석 규모에서 동일한 언어로 읽을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와 세포와 생물체와 종과 생태계에 대해 같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너무 자의적으로 들린다면 아직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일한 뇌 세포, 개개의 보노보, 숲속의 살구버섯 군락 전체에게 지속 가능한 존재 기제가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믿기란 어렵다. 프리스턴의 연구는 경계를 무작정 해체하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놀라움 최소화 이론은 개별 존재를 한정하기 위함이다. 말이 되려면 결국 개체성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루하다. 지루하지 않은 것은 우리 사이를 성기게 이은 경계와 개체와 환경 사이의 연결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다른 모든 것과 성공의 정의를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지속가능성”은 모든 것에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 「7장 감각: 뇌와 세계를 잇는 힘」 중에서
고통은 우리의 뇌가 몸에 존재하고 우리의 몸이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먹어야 한다. 우리는 운동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몸처럼 대해야 한다. 불에 손이 닿으면 화들짝 물러나는 것을 생각해보라. 그 동작 자체는 고통스러운 자극에서 분리된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보존의 움직임이다. 위험과 탈출로 구현된 이야기다. 손은 고통의 감각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낸다. 고통의 특정한 이야기를 그 움직임에 기록한다. 우리의 고통스러운 경험도 우리의 감정, 생각, 기억과 깊게 얽혀 있다. 고통스러운 경험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두려움이나 스트레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해를 입히거나 위협을 가하는 생각을 촉발할 수 있다. 고통은 감각, 감정, 인지, 기억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몸으로 기억하여 인식을 체화할 때 고통은 존재의 복잡한 부분으로 자신을 드러내 마음, 몸, 자아, 세계가 깊이 상호 연결을 이루었음을 입증한다.
--- 「8장 고통: 공감의 요청」 중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 선택하는 방언들, 전하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삶의 굽이치는 길을 탐색함에 따라 함께 변화하고 이동한다. 개인적 또는 집단적 경험은 사용하는 언어에 새겨져 차례로 미래 세대를 위한 언어 환경을 형성한다. 북부 사미어에는 눈을 위한 단어가 있을 수 있지만 하와이 사람은 절대 모를 수도 있고, 하와이어에는 바다의 미묘한 측면을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 수 있지만 북부 사미어 화자에게는 영원히 이질적일 수 있다. 우리의 언어는 지도이자 거울이다.
--- 「9장 언어: 사미어가 남긴 지구의 문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