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왕국
  • 지은이
  • 옮긴이
  • 발행일
  • 브랜드명
  • 페이지
  • 정가
  • ISBN
  •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 박원영
  • 2015.04.27
  • 레드박스
  • 352쪽
  • 13,000
  • 9788989456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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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온몸으로 느끼는 비이성적인 세상의 무게!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장편소설 『광기의 왕국』. 1936년 첫 선을 보인 이래 팔십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수많은 독자로부터 최고라고 칭송받아 온 「슈투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정신 분열증 진단을 받고 병원에 감금됐던 작가의 자전적 미스터리로 1930년대 붐을 일으킨 정신 의학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한편, 부조리한 사회가 낳은 비극을, 그리고 1차 대전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고개를 든 전쟁의 광기를 날카롭게 고발하고 있다.

갓 태어난 제 아이를 목 졸라 죽인 정신병자가 병실을 탈출했다. 같은 날 밤, 왕처럼 군림했던 정신 병원 원장이 행방을 감추고, 그가 가진 거액의 보험금도 사라졌다. 부원장으로부터 경호를 요청받은 슈투더는 즉시 수사에 착수하지만 의사, 간호사, 경비원 할 것 없이 뭔가를 감출 뿐이다. 급기야 유력 용의자가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데…….
목차

망나니들
빵과 소금
사건 현장과 연회장
하얀 가운을 입은 추기경
B 병동 공동 침실
마토와 빨간 머리 길겐
점심 식사
고인이 된 울리히 보르슈틀리 원장
세 장으로 된 짧은 막간극
전형적인 케이스, 피에털렌
고민들
야간 경비원 보넨블루스트와의 대화
슈투더의 첫 심리 치료
지갑
두 가지 작은 시험
슈투더의 딜레마
착하고 좋은
절도 사건
동료애
마토 나타나다
일요일의 그림자놀이
마토의 인형극
중국 속담
칠 분
사십오 분
외로움을 위한 노래 

책 속으로

“아, 슈투더 형사님! 이 나라 스위스는 정책만 취하죠. 슬픈 건 정책을 세워 잘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 옆에서 계속 다른 정책들을 취한다는 겁니다.”
슈투더는 웃었다. 깊은 웃음이었다. 라두너 박사도 조금 더 높은 웃음소리를 내며 화음을 만들었다.
(13쪽)

“그의 힘과 영광은 멀리까지 미쳐 그 누구도 그것을 비껴갈 수 없습니다. 그가 눈짓하며 색 테이프를 날리면 전쟁이 펄럭입니다. 마치 파란 독수리처럼. 그가 빨간 공을 던지면 혁명이 하늘로 불타오르다 터져 버립니다. 그러나 나는 타우벤 골짜기에서 살인을 했습니다. 적어도 경찰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죠.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 피는 아르곤의 전쟁터에 흘렀지만, 나는 지금 갇혀 있습니다. 내 위대한 친구 마토가 없었다면, 세상을 지배하는 그가 없었다면, 나는 외로워서 죽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위해 나를 괴롭히는 자들의 머릿속에 유리 손톱을 박아 넣습니다. 그들이 잠을 자다 신음하면 그는 웃지요.”
(76~77쪽)

“스위스에는 유능한 검사들이 꽤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죠. 제 진단으로는 매우 객관적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범죄 사건을 다루는 일을 합니다. 아주 명백합니다. 저희는 그런 걸 전문 용어로 ‘정화 작용’이라고 부릅니다. 당신도 그런 사람들을 알 겁니다.”
(127쪽)

“그러니까 원래는 분열되는 것, 즉 분열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리학적으로 이야기해 볼까요. 자, 산이 여기 있다고 칩시다. 조용하고 폐쇄적인 산이 땅 위에 불쑥 솟아 있습니다. 산은 숨을 쉬어 구름을 내뿜고 비를 끓여 냅니다. 산은 잔디로 뒤덮여 있고 새싹이 튼 나무들로 가득하죠. 그런데 지진이 납니다. 한가운데에 균열이 생기고, 계곡으로 산이 두 동강 나죠. 더 이상 조용하지 않고 폐쇄적이지도 않습니다. 오싹하게도 그 속이 보입니다. 네, 속이 밖으로 젖혀졌거든요. 그와 같은 대참사가 사람의 영혼에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지질학자들이 그 원인에 대해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도 한 영혼을 분열시키는 심리학적인 메커니즘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슈투더 형사님, 우리는 조심스럽습니다. ‘우리’란 그저 그리스-라틴 어 단어 몇 개를 가지고 인간 심리의 수수께끼를 풀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 분야의 사람들 몇 명을 말하는 겁니다.”
(135~136쪽)

“우리는 결코 정신의 이상과 정상 사이를 구분할 수 없을 겁니다. 그저 어떤 사람이 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겠죠. 사회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또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돕는 사람일수록 정상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저는 언제나 간호사들에게 모임을 조직하고 함께 힘을 모으고 잘 지내라고 강조하는 겁니다! 조직이야말로 의미 있는 ‘함께하는 삶’을 위한 첫걸음이니까요.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그다음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모임을 만드는 겁니다. 한 조직이 시작되면 다른 조직도 생깁니다. 적어도 그래야만 합니다. 스스로 책임을 떠안는 거죠.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라는 말,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민중의 지도자들이 이 문구를 더럽히지나 않으면 참 좋겠습니다만…….”
(272쪽)  

저자 소개
저자 프리드리히 글라우저(Friedrich Glauser)는 1896년 2월 4일 스위스 인 아버지와 오스트리아 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불과 네 살 때 어머니를 잃고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취리히 대학에 진학해서는 후고 발, 트리스탄 차라 등과 함께 다다이스트로 활동했다.
어릴 때부터 이어진 아버지와의 불화에 서서히 정신이 피폐해진 작가는 폐결핵을 앓던 중 복용한 모르핀에 중독, 정신 병원 입·퇴원과 자살 시도를 거듭했다. 이렇게 방황하는 와중에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지 외인부대에서 몇 년을 보냈다. 그 밖에도 접시 닦이, 광부, 정원사 보조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던 중 한 여성을 만나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작가는 ‘슈투더’ 시리즈로 화려하게 성공했으나 안타깝게도 1938년 12월 마흔두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그것도 결혼식 전날 뇌출혈로 사망했다.
프리드리히 글라우저는 영어권에 비해 다소 출발이 늦은 독일어권 미스터리의 수준을 끌어올린, 그야말로 독일어권 미스터리 문학의 선구자이다. 독일 미스터리 작가 협회는 최고의 독일어권 미스터리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을 작가의 이름을 따 ‘글라우저 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슈투더’ 시리즈는 1936년 『형사 슈투더』를 시작으로 1941년까지 오 년에 걸쳐 다섯 권이 출간됐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 힘 있는 자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이 시리즈는 출간 당시 사회 비판 소설로 주목받았다. 시리즈가 채 완간되지도 않은 1939년부터 2001년까지 스위스, 독일 등에서 여덟 차례나 영화로 제작되는 등, 발표된 지 팔십여 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작품에 대한 연구가 끊이지 않으며, 스위스의 국민 문학이자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자 : 박원영

역자 박원영은 성균관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 독문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 미국 노스이스턴 일리노이 대학교 대학원에서 TESL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정부의 DAAD 장학생 프로그램으로 독일 예나 대학에서 연수했고, 교환 학생 프로그램으로 뮌헨 대학에서 현대 독문학 과정을 이수했다.
저작권 에이전트, 출판 기획 편집자 등을 거쳐 번역자의 길로 들어섰다. 주요 번역서로는 『형사 슈투더』, 『카프카 살인 사건』, 『롬멜』, 『세상을 바꾼 어리석은 생각들』, 『아름다운 이웃 동식물의 신비』 등이 있다.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거주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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