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제 아이를 목 졸라 죽인 정신병자가 병실을 탈출했다. 같은 날 밤, 왕처럼 군림했던 정신 병원 원장이 행방을 감추고, 그가 가진 거액의 보험금도 사라졌다. 부원장으로부터 경호를 요청받은 슈투더는 즉시 수사에 착수하지만 의사, 간호사, 경비원 할 것 없이 뭔가를 감출 뿐이다. 급기야 유력 용의자가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데…….
망나니들
빵과 소금
사건 현장과 연회장
하얀 가운을 입은 추기경
B 병동 공동 침실
마토와 빨간 머리 길겐
점심 식사
고인이 된 울리히 보르슈틀리 원장
세 장으로 된 짧은 막간극
전형적인 케이스, 피에털렌
고민들
야간 경비원 보넨블루스트와의 대화
슈투더의 첫 심리 치료
지갑
두 가지 작은 시험
슈투더의 딜레마
착하고 좋은
절도 사건
동료애
마토 나타나다
일요일의 그림자놀이
마토의 인형극
중국 속담
칠 분
사십오 분
외로움을 위한 노래
“아, 슈투더 형사님! 이 나라 스위스는 정책만 취하죠. 슬픈 건 정책을 세워 잘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 옆에서 계속 다른 정책들을 취한다는 겁니다.”
슈투더는 웃었다. 깊은 웃음이었다. 라두너 박사도 조금 더 높은 웃음소리를 내며 화음을 만들었다.
(13쪽)
“그의 힘과 영광은 멀리까지 미쳐 그 누구도 그것을 비껴갈 수 없습니다. 그가 눈짓하며 색 테이프를 날리면 전쟁이 펄럭입니다. 마치 파란 독수리처럼. 그가 빨간 공을 던지면 혁명이 하늘로 불타오르다 터져 버립니다. 그러나 나는 타우벤 골짜기에서 살인을 했습니다. 적어도 경찰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죠.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 피는 아르곤의 전쟁터에 흘렀지만, 나는 지금 갇혀 있습니다. 내 위대한 친구 마토가 없었다면, 세상을 지배하는 그가 없었다면, 나는 외로워서 죽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위해 나를 괴롭히는 자들의 머릿속에 유리 손톱을 박아 넣습니다. 그들이 잠을 자다 신음하면 그는 웃지요.”
(76~77쪽)
“스위스에는 유능한 검사들이 꽤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죠. 제 진단으로는 매우 객관적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범죄 사건을 다루는 일을 합니다. 아주 명백합니다. 저희는 그런 걸 전문 용어로 ‘정화 작용’이라고 부릅니다. 당신도 그런 사람들을 알 겁니다.”
(127쪽)
“그러니까 원래는 분열되는 것, 즉 분열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리학적으로 이야기해 볼까요. 자, 산이 여기 있다고 칩시다. 조용하고 폐쇄적인 산이 땅 위에 불쑥 솟아 있습니다. 산은 숨을 쉬어 구름을 내뿜고 비를 끓여 냅니다. 산은 잔디로 뒤덮여 있고 새싹이 튼 나무들로 가득하죠. 그런데 지진이 납니다. 한가운데에 균열이 생기고, 계곡으로 산이 두 동강 나죠. 더 이상 조용하지 않고 폐쇄적이지도 않습니다. 오싹하게도 그 속이 보입니다. 네, 속이 밖으로 젖혀졌거든요. 그와 같은 대참사가 사람의 영혼에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지질학자들이 그 원인에 대해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도 한 영혼을 분열시키는 심리학적인 메커니즘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슈투더 형사님, 우리는 조심스럽습니다. ‘우리’란 그저 그리스-라틴 어 단어 몇 개를 가지고 인간 심리의 수수께끼를 풀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 분야의 사람들 몇 명을 말하는 겁니다.”
(135~136쪽)
“우리는 결코 정신의 이상과 정상 사이를 구분할 수 없을 겁니다. 그저 어떤 사람이 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겠죠. 사회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또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돕는 사람일수록 정상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저는 언제나 간호사들에게 모임을 조직하고 함께 힘을 모으고 잘 지내라고 강조하는 겁니다! 조직이야말로 의미 있는 ‘함께하는 삶’을 위한 첫걸음이니까요.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그다음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모임을 만드는 겁니다. 한 조직이 시작되면 다른 조직도 생깁니다. 적어도 그래야만 합니다. 스스로 책임을 떠안는 거죠.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라는 말,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민중의 지도자들이 이 문구를 더럽히지나 않으면 참 좋겠습니다만…….”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