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은 한 사람
벤델린 비치 사건 ; 첫 번째
당구와 알코올 중독
펠리치타스 로제와 파커 만년필
상점들, 스피커, 경관
그만두고 싶은 또 한 사람
방 세놓음
비치 가에서
벤델린 비치 사건 ; 두 번째
지문
죄수 밴드
비치의 사격 연습장
아나스타샤 비치
슈봄 선생
법정에서의 사랑
벤델린 비치 사건 ; 세 번째 그리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자동차 도둑
방문
현미경
벤델린 비치 사건 ; 마지막
드라이브 그리고 끝
옮긴이의 말
그러니까…… 모든 게 들어맞는다! 게다가 슈룸프는 베른 기차역에서 도망치려고까지 했다. 어리석은 녀석 같으니라고! 어린애 같구먼! 그래, 범인이 아주 명백한 사건이야! 이번에는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되겠지.
슈투더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 그저 혼자만의 느낌이었다. 그냥 뭔가 불편한 느낌. 온몸이 오싹해졌다.
이 감방은 춥군. 의사가 곧바로 올 수는 있는 걸까? 사실 슈룸프는 죽음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13~14쪽)
“시신을 직접 볼 수 있겠소?”
“오, 그럼요.”
곧 슈투더는 시체 보관소에 있던 비치의 시신 앞에 설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벤델린 비치였다. 1882년에 태어났으니 쉰 살이다. 거의 대머리에 피부색은 오래된 상아처럼 누렇고, 숱이 별로 없는 콧수염은 늘어져 빈약해 보였으며, 이중 턱은 스펀지처럼 푹신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평온함. 그렇다. 비치는 지금 이 죽음 안에서 평온했다. 얼굴이 온통 주름인 이 남자가 죽음으로써 삶의 고뇌에서 벗어난 것은 다행한 일이다.
(59쪽)
판사는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다 들어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형사에 대해 조그만 승리라도 얻어 보려는 듯 비꼬며 말했다.
“아까 로카르 박사의 말을 인용하셨죠, 그렇죠? 그런데 형사님이…….”
순간 슈투더의 눈빛을 본 판사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슈투더는 상대의 생각을 거침없이 입 밖으로 말해 버렸다.
“저 또한 반쯤은 미친 게 아니냐고 말하고 싶으신 거죠? 하지만 친애하는 우리 판사님!”
이 친근한 호칭은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충분했다.
“……우리는 모두 미쳐서 머릿속에 새를 키우고 있지요.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닭 농장이 통째로 들어 있기도 하지요.”
판사는 서둘러 벨을 눌렀다.
(239~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