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영어 강사와 동거 내지는 혼숙을 하가나 ‘원나잇 스탠드’를 일삼는 여성을 ‘이태원 걸’이라고 부른다. 과연 그녀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김현진은 이태원 걸인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의 ‘연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지나치게 외모를 중시하고, 남의 모습에 간섭하며, 뚱뚱한 여자라면 무생물 취급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몰려 ‘이태원 걸’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비롯해 이 책은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세상에는 의외로 연애를 못하는 여자들이 많다. 또 B급 연애에 목을 매고 애태워하는 여자들도 많다. 김현진은 ‘된장녀’, ‘골드미스’ 등 남성주의로 연애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하고, ‘이태원 걸’, ‘토이남’ 등 트렌드를 반영하는 핫한 아이콘을 비롯해서 자신의 연애와 인생이야기를 감칠맛나게 풀어낸다.
들어가는 말 사랑하는 악마 그리고 코시 판 투테
1부. 아가씨들, B급 연애는 잊어줘요!
1. B급 연애를 정의하다
2. 너희가 이태원 걸을 아느냐?
3. 당신은 토이남과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나요?
4.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그리고 스트레이트의 공통점
5. 유부남들의 여신으로 살아가기
6. 영계라는 이름의 뱀파이어
7. 주정뱅이의 연애편력
8. 헤픈 여자는 절대로 행복하면 안 된다?
2부. 사랑 중독자여,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말아요!
1. 사랑 호르몬, PEA 중독자의 여정
2. 나 이런 년이야, 알면서 사귄 거잖아?
3. 시부야의 ‘비포 선라이즈’
4. 도대체 고양이랑 남자한테 뭘 기대한 거야?
5. 오빠라는 이름에서 해방되다
6. 양보할 수 없는 연인 스펙
3부. 오~베이비, 또다시 덤벼요!
1. 십 대여, 줏대를 가질지어다
2. 연애 편견을 해부하다
3. Q & A 언니한테 물어봐봐~
4부. 남성 여러분, 닥치고 들어봐요!
1. 'No means No'
2. 키스만 하고 째는 건 매너가 아니다
3. 책 읽는 남자는 섹시하다
4. 좋은 남자의 조건
▷무조건 예쁜 것을 선물하라
▷붕어빵을 내미는 따뜻한 손
▷자기만의 향기를 조향하라!
▷과거는 잊어줘
▷화났으면 말을 하란 말이야!
▷보잘것없는 발바리와 산책하는 남자
▷뒷모습이 쿨한 남자
▷콘돔을 챙기는 남자가 되자
▷헬스하는 남자의 몸엔 각이 없다
▷멋진 중년남이 보고파
나가는 말 B급 연애를 위로하다
스펙 좋아하고 남보다 잘난 남자 잡아서 대한민국 1%가 되기를 원하는 아가씨들이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살아도 나쁠 것 없다. 다만 그렇게 살기 싫은데, 뭔가 자꾸 세상이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서 서글픈 아가씨가 있다면 나는 지금 오직 그녀를 위해 쓴다. 바로 당신을 위해 쓴다. 내 이십 대가 더 가기 전에, 스펙 권하고 또 권하는 사회에 사실은 병신 같은 사랑도 있다고, 이렇게 바보 같은 사랑도 있다고, 잘난 남자 잡으라고 사방팔방에서 부담 주는 세상 조류에 떠밀려 외로운 당신에게 이런 한심한 년도 사는데 괜찮아, 하는 약간의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유일한 목적이다.
13쪽
이 병의 치유법은 예뻐지거나 날씬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예쁜 여자, 두뇌와 얼굴은 김태희에 신체 비율은 김연아인 여자가 있어도 평생 사랑받는 데 익숙한 여자, 양지만 걸어온 여자한테는 못 이긴다. 사랑받고 산 여자들은 자기가 사랑받지 못하는 순간 그것을 대단히 빠르게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신속히 그 상황을 타개한다. 그 순간을 대단히 기이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지만 우리 B급 연애 환자들은 참으로 그 따위 상황을 잘 견딘다. 우리는 구박에 익숙해서,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한 건지 아닌지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사랑도 받아 본 여자가 계속 받는다. 자꾸 못 받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주는 사랑도, 떠먹여줘도 못 먹게 된다. 이게 이 병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나중에는 영양이 공급되어도 피와 살로 못 가는, 마음의 에이즈에까지 이르게 된다.
본문 25쪽
근데 유럽 남자들에 대한 생각을 바뀌게 한 건 재밌게도 유럽 여자들이었어요. 우린 막 서로서로 씹잖아요. 외모 비평할 때는 남자들보다 더 무섭죠. 더 신랄하고. 근데 걔네들은 진짜 눈곱만 한 장점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거든요. 걔네가 ‘얘, 너 정말 부럽다. 피부가 참 곱다. 나도 너처럼 몸매가 굴곡이 있었으면 좋겠어. 갸름한 눈매가 정말 아름다워’ 이런 얘길 막 하는 거예요. 무슨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금발에 모델 하이디 클룸같이 다리 길고 마른 애들이!
본문 38쪽
가끔은 한 대 콩 쥐어박아 주고 싶은 토이남은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갖고 싶은 남자다. 적어도 그는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형이고, 적어도 그는 마초는 절대 아니고……. 그렇다. 슬프게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어리지 않은 여자들이 남자를 고르는 기준은 ‘최선’ 혹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적어도’ 혹은 ‘그나마’일 경우가 많다. 쾌적한 쇼핑센터에서 상품을 고르는 우아한 쇼핑객의 모습이 아니라 당장 허기를 면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길고양이처럼 ‘괜찮아 아주 썩은 건 아니야, 그나마 아직 먹을 순 있겠어’라는 식이기 때문에 간혹 이런 토이남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다. ‘조금만 어르고 달래면 되지 않을까? 좀 고쳐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철 좀 들면 괜찮지 않을까?’
본문 57쪽
최근 들어 남자 A클래스는 얼마든지 여자 A클래스를 골라잡을 수 있다지만, 소위 골드미스라 불리는 어리지 않은 여자 A클래스는 찾는 층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는 절대 진리처럼 만연해 있다. 이른바, 남자는 자기보다 조금 못한 여자를 골라잡게 마련이므로 남자 A클래스는 여자 B클래스를 택하고, 남자 B클래스는 여자 C클래스를 택하며 그리하여 여자 A클래스는 누구의 간택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남거나 팔리지 않은 떨이 상품처럼 남은 남자 D클래스와 어울리기나 해야 한다는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하물며 재력에 학력에 미모까지 갖췄다는 골드미스가 그럴진대 황동미스, 구리미스, 스테인리스 미스들은 어쩌면 좋단 말인가.
본문 110~1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