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맛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 지은이
  • 발행일
  • 브랜드명
  • 페이지
  • 정가
  • ISBN
  • 정명섭
  • 2021.02.26
  • 추수밭
  • 288쪽
  • 16,000
  • 9791155401804
도서 소개
우리가 조선인에서 한국인이 되기까지,
맵고 짜고 달고 쓴 한국사의 아홉 가지 맛
즉석카레부터 믹스커피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이 즐기는 음식들의 역사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를 해명하고자 한 인문교양서. 근대에서 비롯된 음식들을 통해 우리가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입맛은 사실 최근에 길들여진 결과임을 밝힌다. 나아가 ‘음식의 고향은 그것을 먹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라는 결론을 통해 역사를 상징하는 음식 문화는 언제 비롯되었느냐는 기원이 아니라 지금 누가 누리고 있는지에 따라 정체성이 규정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사, 생활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추리소설처럼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는 점에서는 저자의 전작인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2020년 세종도서)의 형식을 잇고 있으며, 근대와 경성이라는 배경의 연속성에서 보자면 ‘경성 셜록’ 류경호 등 등장인물들을 공유하는 《별세계 사건부》(시공사, 2017)의 후속작이다.
목차

시작하기 전에 음식으로 보는 한국사, 한국사로 보는 음식
시작하는 글 어느 경성인의 아침

1장 맛의 제국, 제국의 맛 아지노모도
*서소문, 스즈키 상점 경성 사무소
근대와 함께 개조된 입맛 / 육식을 해야 서양인처럼 강해진다 / “아지노모도를 먹어야 애국입니다!” / 세계로 뻗어나가는 MSG의 감칠맛 / “아지노모도가 있는 집은 평화롭고 건강합니다” / 아지노모도, 제국의 시작 / 제국을 계승해 우리의 것이 된 감칠맛 / 아지노모도, 그리고 발명된 전통

2장 근대의 검은 유혹 짜장면
*인천, 공화춘
인천 또는 런촨의 시작 / 근대와 함께 강제로 열린 인천 / 폭발적으로 늘어난 ‘청요릿집’ /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 짜장면 / 청요릿집에서 중국집으로, 짜지앙미엔에서 짜장면으로 / 늘어나는 짜장면, 줄어드는 화교 / 한국인의 소울 푸드, 짜장면

3장 우리도 그들처럼! 돈까스
*경성역, 양식당 그릴
어떻게 커틀릿은 돈까스가 되었을까? / 칼을 버리고 육식을 시작한 일본 / 천 년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 덴뿌라와 커틀릿의 결합 / 드디어 돈까스의 탄생! / 조선으로 건너온 돈까스 / 일본을 거친 근대, 경양식의 전성시대 / 경양식당에서 분식집으로, 일상이 된 돈까스

4장 달콤한 근대의 침략 설탕
*수원, 권업모범장 사탕무밭
짜내고 끓이고 말려 만들어진 산업화의 맛 / 개항 이후 설탕에 취한 조선 / 식민지 조선, 사탕무 재배를 시도하다 / 더 높이,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달게 /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함, 사카린의 등장 / 되찾은 들에도 설탕은 오는가? / 백 년 만에 귀한 맛에서 흔한 맛으로

5장 제국과 식민지의 맛 카레
*경성, 미츠코시 경성 출장소
식민지의 마살라에서 제국의 커리까지 / 화양절충으로 얻은 침략의 힘 / “제국의 아들이 앓는 일본의 병을 치료하라!” / 서양의 것으로 덮었지만 그래도 쌀밥 / 군 막사에서 가정으로 스며든 카레 / 식민지에서 제국으로, 다시 제국에서 식민지로 / 일상으로 스며든 효율적인 근대의 맛

6장 겉은 서양, 속은 일본 단팥빵
*군산, 이즈모야 제과점
건조하고 달지 않은 전장의 음식, 빵 / 칼을 버리고 빵을 만들어낸 사무라이 / “서구와 전통을 합쳤으니 근대의 맛이다!” / 전쟁을 피해 군산으로 온 이즈모야 / 전쟁이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간 이즈모야 / 해방 이후 조선으로 돌아온 이성당 / 근대와 현대를 잇는 다리, 단팥빵

7장 같은 듯 다른 전통 김밥
*경성, 종로 YMCA
근대 이전부터 친숙했던 바다의 종이, 김 / “일본 김이 조선 김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 소풍 가서 먹던 별미에서 분식점의 흔한 메뉴로 / 김밥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 그것을 먹고 있는 그곳이 그 음식의 고향이다

8장 때때로 시원했던 근대 팥빙수
*종로 서린동, 환대상점
빙수, 알렉산더도 즐겼던 오래된 역사 / 한 번 먹으면 온몸이 떨리는 카키코오리의 탄생 / 아이스크림은 녹여 먹는 게 아니라 씹어 먹는 것이다 / 한여름 배탈의 원인, 빙수 / 양기철 씨에게 배운다! 초보도 가능한 빙수집 창업 / 한국인의 음식으로 자리 잡은 팥빙수 / 때때로 달기도 한 근대의 맛

9장 쓰고 깊은 한국인의 맛 커피
*덕수궁, 조선철도호텔
성직자들이 마셨던 악마의 음료 / 서양의 탕국에서 고종이 즐긴 가배가 되기까지 / 예술가들과 불한당들의 공간, 다방 / “아이를 튼튼하게 키우고 싶다면 커피를 먹이십시오!” / 전쟁과 함께 들어온 인스턴트 커피 / 커피, 끊 을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중독 / 가마솥이 사라지니 커피가 늘었다 / 쓰고 또 달기에 한국 현대사와 닮은 커피

참고문헌 

책 속으로

당시 아지노모도 광고는 간단명료한 카피를 통해 조선인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스즈키 상점 조선 출장소는 광고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를 고용할 때에도 철저하게 조선인만을 찾았다. 그 덕분에 1918년 5톤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1937년에는 218톤으로 늘어났다. … 결국 아지노모도의 명맥을 미원이 이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우리의 입맛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맛의 제국을 미원이 계승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사이 한국인들의 조미료 사용량은 크게 늘었다. 외식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음식점들이 생겨났는데, 짧은 시간에 맛을 내기 위해서는 조미료가 꼭 필요했다. 편리함도 편리함이지만 사람들의 입맛은 이미 아지노모도의 감칠맛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_‘맛의 제국, 제국의 맛 아지노모도’ 중에서

짜장면의 운명은 화교들의 운명만큼이나 소용돌이치게 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짜장면은 쉽게 먹을 수 없는 청요리였지만 광복 후 짜장면의 이미지는 극적으로 변한다. 박정희가 의장으로 있던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는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얻고자 1962년 화폐개혁을 실시하고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제한시켰다. 당시 외국 국적자의 대부분이 화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명백하게 그들을 노린 조치였다. 소규모로 쪼그라들면서 한때 외식의 꽃이었던 청요릿집들은 동네의 흔한 ‘중국집’이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짜장면은 그로 인해 전성기를 맞이한다. 앞서 소개한 사자표 춘장과 더불어 미국의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정부가 강력하게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쳐 나갔기 때문이다. _‘근대의 검은 유혹 짜장면’ 중에서

서구화를 꿈꾸며 덩치 큰 서양인들을 따라잡고자 일본 사람들이 돈까스를 먹었던 것처럼 조선 사람들도 일본인들을 넘어서고자 돈까스를 먹기 시작했다. …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의 포크 커틀릿이 프랑스의 커틀레트에서 갈라지듯 한국의 돈까스 또한 일본과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얇게 편 고기를 튀긴 다음 자르지 않고 소스를 미리 뿌려 낸다. 미츠코시나 화신백화점 꼭대기 층에서 내려와 기사식당으로까지 퍼져 나갔어도 고집스럽게 돈까스의 원형을 지킨 것이다. 쌈장과 풋고추를 곁들일지언정 여전히 우리에게 돈까스는 칼로 썰어먹는 요리다. _‘우리도 그들처럼! 돈까스’ 중에서

러일전쟁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다음 일본 육군도 라이스카레를 도입했다. 영국과 일본 두 제국이 커리를 받아들인 까닭은 맛 때문이 아니라 병력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근대의 음식이란 이처럼 효율적으로 조리해 필요에 의해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에서는 차츰 라이스카레란 말이 사라지도 카레라이스가 더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오뚜기의 전신인 풍림상사가 국내 식품회사로서는 처음으로 분말카레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한 시기도 그 즈음이었다. _‘달콤한 근대의 침략 설탕’ 중에서

세이난전쟁 이후 전쟁 전문가들이었던 사무라이 계급들은 칼을 빼앗긴 다음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기무라 야스베 역시 그러했다. 그는 폐도령 이후 직업수산소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다가 문득 병량음식이자 서구화의 상징인 빵에 전통음식인 만쥬를 합친 단팥빵을 구상했다. … 1906년 미사네현 사람인 히로세 야스타로는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기 싫어 한반도로 건너와 군산에서 이즈모야라는 조그만 제과점을 열었다. …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귀국한 이석우는 적산가옥인 이즈모야를 불하받아 제과점을 열었다. 바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의 시작이다. _‘겉은 서양, 속은 일본 단팥빵’ 중에서

노리마키와 김밥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비슷한 재료를 두고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맛을 찾아가는 과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김밥은 다양한 재료들을 아울러 한꺼번에 말았기에 그 자체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완전한 요리다. 김을 이용한 밥은 일본과 한국 각각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다만 조선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정월대보름에나 먹는 명절 음식으로 그쳤으나 시장경제가 이르게 발전한 일본에서는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요리가 되었다. 확실한 것은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 소개된 후토마키가 오늘날 한국의 김밥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후토마키는 사라지고 김밥은 남았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완전하게 분리되어 세계로 수출되었다는 점이다. 음식은 돌고 돌기에 그것을 먹고 있는 그곳이 바로 그 음식의 고향이다. _‘같은 듯 다른 전통 김밥’ 중에서

‘팥빙수’라는 표현은 1970년대부터 서서히 나오기 시작해 어느 순간부터 빙수를 완전하게 대체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화사 전문가들은 살살 녹는 감촉보다 씹는 느낌을 강조하는 우리 민족 특유의 입맛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별건곤》 기사를 보면 카키코오리를 맛있게 먹는 팁을 소개하는데, 바로 날계란을 푸는 것이었다. 당시 한반도에서는 얼음에 뿌린 달콤한 과일 물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날계란을 넣는다든지 건포도나 견과류를 뿌리는 등 씹는 맛을 추구한 것이었다. _‘때때로 시원했던 근대 팥빙수’ 중에서

커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1961년 한국 정부는 커피의 공식 수입을 금지시킨다. 커피가 없어 한동안 문을 닫아야 했던 다방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국산 커피를 사용했다. 그러나 밍밍한 맛 때문에 손님들의 외면을 받자 콩가루를 커피에 타는 고육지책을 생각해낸다. 이른바 ‘콩피’였다. 심지어 빛깔을 내기 위해 담배가루를 탄 ‘꽁피’가 등장하기도 했다. _‘쓰고 깊은 한국인의 맛 커피’ 중에서 

저자 소개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회사원과 바리스타를 거쳐 지금은 역사 교양서와 소설, 청소년 도서와 동화를 넘나드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햇빛처럼 기록된 역사 속에서 그 빛을 받아 밤을 비추는 달과 같은 이야기를 찾는다. 그래서 묻혔던 역사를 발굴하거나 익숙한 현재에서 낯선 과거를 발견하는 데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역사 분야에서는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2020년 세종도서),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스토리 답사 여행》, 《조기의 한국사》, 《조선백성실록》, 《조선의 엔터테이너》, 《오래된 서울을 그리다 1, 2》(공저), 《일제의 흔적을 걷다》(공저) 등이 있다. 소설 분야에서는 《추락》, 《제3도시》, 《유품정리사》,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온달장군 살인사건》, 《한성 프리메이슨》, 《별세계 사건부》,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등이 있다. 청소년도서 및 동화로는 《앉은뱅이밀 지구탐사대》,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우리 반 홍범도》, 《저수지의 아이들》, 《이웃집 구미호》, 《미스 손탁》, 《사라진 조우관》 등이 있다. 《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를 통해 15년 동안 100종의 책을 낼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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