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
차별해서도 차별받아서도 안 되는 철학적 이유 10
  • 지은이
  • 발행일
  • 브랜드명
  • 페이지
  • 정가
  • ISBN
  • 김한승
  • 2019.07.03
  • 추수밭
  • 416쪽
  • 17,000
  • 9791155401514
도서 소개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는 과학자들의 철학 개념인 ‘인류 원리’를 우리의 일상의 영역에 풀어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다. 인류 원리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관찰자가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정의된다. 이 책은 ‘나’와 ‘너’, 그리고 무한한 ‘우주’의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10가지 질문을 통해 인류 원리를 설명하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그 답을 이렇게 제시한다. “인간은 평범하게 비범한 존재다.”
목차

시작하는 글
‘평범하게 비범한’ 존재, 인간

1장 우리는 ‘편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_편향성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 감시받기보다는 감시하고 싶은 이유
나는 너를 알아야 살지만, 너는 나를 몰라도 산다
‘편향성’을 알아야 ‘편견’에서 벗어난다 / 우리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편향성

2장 인류 원리란 무엇인가
_인간과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인류 원리의 정신 / 인류 원리의 여러 형태
사소해 보이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유 / 인류 원리가 태어난 배경
인류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

3장 어떻게 인류 원리는 ‘투명인간’에서 벗어났는가
_근대철학 넘어서기
서로 구별되기 어려운 것들 / 서로 구별되기 ‘불가능한’ 것들
데카르트의 통찰력 / “경험하는 바를 차별하지 말라”
‘투명인간’이라는 신화

4장 왜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나인가
_우주 속 나의 위치 파악하기
나는 지금 여기 있다 / 페리 교수가 장 보다가 생긴 일 / 길을 잃는다는 것
관찰의 선택 편향성 / ‘스텔스 차’의 경우 / 경험에 도달하는 수단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왜 하필’ 논법 / 두 얼굴을 가진 사람
완벽하게 이중적인 생활 / 린다 문제 / 복권의 역설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

5장 너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_타인이 좀비가 아니라 ‘인간’인 이유
왜 너는 좀비가 아닌가? / 나와 다른 생각 대하기 / 설득하기와 고집하기
선거에서의 의견 충돌 / 집단 지성은 정답을 맞힐 수 있을까?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 관용이라는 태도는 가능한가?

6장 왜 나는 너를 오해하게 되는가
_첫사랑이 늘 실패하는 이유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첫사랑 독점자가 첫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에 미치는 영향
획일적 미의 기준과 첫사랑 독점자의 등장 / 천생연분의 확률
‘첫사랑’이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

7장 어느 정도로 너를 믿어야 하는가
_의심과 믿음 사이의 딜레마
거짓말 대 참말의 수수께끼 / ‘죄수의 딜레마’의 업그레이드
현실에서 죄수의 딜레마 찾기 / 믿을 것이냐, 의심할 것이냐
의심의 탄생, 그리고 쇠락 / 의심과 믿음이 만나는 곳에서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인류 원리와 의심의 전략, 또는 믿음의 전략 / 음모론의 특징

8장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_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매트리스를 치워라
어디에 있길 원하는가? / 차량 행렬에서의 나의 위치 / 가지 않은 길
교통 정체가 길어지는 이유 / ‘현재의 나’가 특별하길 바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9장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_우연과 필연 사이에 선 인간
일어나기 힘든 일 상상하기 / 도박사의 오류 /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
지진과 ‘깜짝 시험의 문제’ / 역 도박사의 오류
나는 왜 ‘매우 드문 일’을 목격하게 되었는가? / ‘드문 지구’의 발견
인류 원리와 제2의 지구 / ‘많은 지구’ 가설은 역 도박사의 오류인가?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들 / 페일리의 시계공 / 인류 원리의 반격
총살형에서 살아남은 사람 / 인류 원리와 목적론

10장 우리는 언제 사라지는가
_인류 종말의 위험성은 생각보다 높다
가수의 미래 예측하기 / 고트의 ‘코페르니쿠스 원리’
나의 관심과 스타의 탄생 / “그리스도의 적대자가 많아지면”
인류 종말에 대한 세 가지 가설 / 인구의 규모가 말해주는 편향성
탁구공 뽑기 비유 / 인류 종말 시계 / 예상치 못한 위험
인류 종말 논증이 말하는 바 / 인류 종말 논증에 대한 비판

더 알아보기 확률
_인류 원리의 척도
‘세계 내 확률’과 ‘세계 간 확률’ / ‘세계 내 확률’을 받아들일 근거
전무후무한 사건의 확률 / 더 놀라운 세계 / 잠자는 미녀의 역설
비슷한 사고실험들 / 이태원 살인사건의 문제 / 선언문과 확률
준거 집합의 문제 / 두 딸의 문제 / 두 딸의 문제가 흥미로운 점

마치는 글
인류 원리가 그리는 인간의 지도


참고문헌 

책 속으로

“평범하게 비범하다”는 말은 ‘평범하지만 비범하다’라는 모순된 말이 아닙니다.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에 있다’는 말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비범합니다. 그런데 이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평범하게 비범하다”는 것입니다. 인류 원리는 우리가 평범하게 비범하다는 점으로부터 무엇을 알 수 있을지를 말해줍니다.
-7쪽

우리 모두는 제각각의 방식으로 비범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얼굴이 다 다르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렇게 많은 얼굴들을 다르다고 우리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더 놀라운 일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마다 다르게 생긴 것은 얼굴만이 아닙니다. 손가락 모양새도 다 다를 것이고 발가락, 지문, 걸음걸이 등에서 사람들은 각자 서로 다릅니다. … 그런데 신기한 점은 그렇게 제각기 비범한 얼굴들을 많이 쳐다보고 난 후에 기억에 남는 얼굴은 별로 많지 않다는 겁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많은 얼굴들이 모두 똑같아 보입니다. 한 걸음 물러서면 제각기 비범했던 얼굴은 평범해지고, 한 걸음 들어가면 평범한 얼굴들은 다시 제각기 비범해집니다. 우리 모두는 너무나 평범하게도 비범합니다.
-40~41쪽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지 않으면서 소수의 사람에게 시선을 주는 데 익숙한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대중 스타의 시대인 것이죠. 대중 스타는 우리의 시선을 바라고 우리의 시선의 강도에 비례해서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투명인간과 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우리의 느낌일 뿐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투명하지 않습니다. 거미줄 같이 촘촘한 감시 카메라는 우리의 궤적을 지켜보고 있죠. 사람들은 스스로를 투명인간이자 파놉티콘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생각과 현실 간 간격이 드러납니다. 실제로는 이 간격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이 간격을 잘 느끼지 못하죠.
데카르트가 제시한 근대철학의 세계는 이런 간격을 잊게 만들어 줍니다. 이 간격을 잊고 우리에게 투명인간으로 살아갈 것을 요구합니다. 편견 없는 관찰자, 세계의 중심에 선 관찰자,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세계를 관찰하기만 하는 분석가, 이런 존재로 살아가길 우리에게 권유합니다. 하지만 이런 존재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투명인간으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111~112쪽

여러분은 아무개가 될 때에 힘을 갖습니다. 인류 원리가 갖는 통찰력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류 원리는 우리 스스로를 ‘아무개’로 여기라고 권유합니다. 스스로를 아무개로 볼 때 자신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난다고 말하는 겁니다. 역설적인, 그래서 매혹적인 가르침입니다. 다른 사람은 우리를 아무개로 여기지만 우리 자신에게 우리는 결코 아무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상대방을 몇 가지 개념을 통해서 포착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다양한 정도의 특정성을 가진 관념을 갖게 되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나 가족의 경우는 상당히 높은 정도의 특정성을 갖지만,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의 경우에는 낮은 정도의 특정성만을 지닐 뿐입니다. ‘아무개’는 이 특정성이 모두 휘발하여 날아간 존재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 각자는 특정성의 잣대에서 아무개와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죠. 반면 ‘아무나’는 특정성의 잣대 위에 아예 올라오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특정성의 최대치를 갖는 존재로 나타나지만 남들에게는 아무개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 원리를 따라서 우리 스스로를 아무개로 본다는 것은 자신을 거꾸로 보는 것과 같이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158~160쪽

매트리스를 치우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현상은 앞으로 일어날 이익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충분히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겁니다. 매트리스를 도로에서 치우기 위해서 추가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보다는 갈 길을 가는 것이 훨씬 이롭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이는 현재 겪고 있는 일과 앞으로 겪게 될 일만 염두에 둔 겁니다. 매트리스를 도로에서 치우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지금까지 교통이 막혀서 차 안에서 시간을 보냈던 자신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매트리스 사례는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 노력을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런 경향이 자신을 특별한 위치에 두고자 하는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이는 겉보기에 그럴 뿐입니다. 과거의 모든 시간대 존재 역시 현재를 살았던 시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 이 시점을 살아가는 시간대 존재 역시 곧 과거의 시간대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를 경험하는 시간대 존재는 다른 시간대 존재에 비해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이 시점의 시간대 존재를 과거의 시간대 존재와 달리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여기는데, 이는 인류 원리의 정신과 어긋나는 것이죠.
-263~265쪽

인류 원리는 참과 거짓이 가려지는 명제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권유형 문장에 가깝다는 거죠. 그것이 ‘편향성을 사랑하라’라는 명령문으로 표현되었던 겁니다. 인류 원리는, 목적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하듯이, 참인 것으로 가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조건부확률을 가늠하는 메타적 기준입니다. ‘미세 조정’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조건 하에서 설계론이 참일 확률과 우연론이 참일 확률을 비교하는 기준인 것이죠. 거칠게 말해서, 미세 조정이라는 경험을 하는 우리를 특별한 관찰자로 만드는 가설보다는 평범한 관찰자로 만드는 가설을 선호해야 한다는 것이 인류 원리가 제시하는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인류 원리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우연론의 그럴듯함을 올려주지 않으며 또한 설계론의 그럴듯함을 깎아내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인류 원리와 설계론은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그 점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17~318쪽  

저자 소개

김한승

1967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미학이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언어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피츠버그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귀국한 후, 지금은 국민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언어철학, 논리학, 윤리학, 미학 영역에서 논문을 써왔으며 〈Two Notions of Indexicality〉, 〈도박사의 오류와 그 역〉, 〈사죄와 통시적 책임〉, 〈다중 결말과 미완성 예술작품〉 등이 대표 논문이다. 철학 논문에서 제시한 생각들을 하나로 꿰어 쉽게 풀어내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시도를 담은 첫 번째 결과물이다.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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