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 무엇인지를 늑대에게 배웠다”
※《SF철학》의 베스트셀러 저자가 자신의 소울메이트 늑대와 함께 쓴 동거 일기※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전 세계 15개국 번역 출간※언젠가 이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_TLS
야성을 간직한 채 인간 세계에 동참한 늑대와 그의 소울메이트 괴짜 철학자의 우정에 관한 놀라운 실화. 11년 동안 실과 바늘처럼 함께한 그들의 모험담을 통해 실존하는 인간 그 자체와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낸다. 한 마리 늑대에 관한 동물기이자, 인간의 진실에 관한 가장 독창적인 대중 철학서이자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미래에 관한 에콜로지 같은 책.
이 책은 세계 최고 권위의 서평지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로부터 “언젠가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평가받았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철학자이자 반휴머니스트인 존 그레이에게 “인간 자신에 대한 시각을 재평가하는 역사적인 책”이라 불리는 등 전 세계 주요 언론과 철학·생태학계 인사들로부터 극찬 받았다. 2008년 출간된 후 유럽 서점가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 늑대앓이에 빠진 15개국 독자들은 지금까지 저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있다.
이성의 대표주자 철학자가 야성의 대표주자 늑대와 함께 어울려 빚는 풍성하고 이색적인 삶의 화음! 과연 지성과 야성은 공존할 수 있을까?
철없는 독신남, 속 깊은 늑대를 만나 길들여지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보다도 나이가 어린 27살 철학 교수, 허구한 날 술 마시고 파티를 즐기며 화려한 솔로로 살던 어느 날, 삶에 난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한다. 어릴 때부터 큰 개들과 어울려 지낸 그는 ‘개’가 필요했다. 그때 마침 신문에 난 광고, “96% 새끼 늑대 판매!” 속는 셈 치고 구경을 간 철학자는 이성을 잃고 만다. 보송보송한 털, 꿀처럼 노란 눈, 모난 데 하나 없이 동글동글한 새끼 늑대에게 한눈에 반했다. 농장주는 철학자에게 혼혈종 늑대개가 아니라 100% 늑대라고 속삭이지만, 이미 마음은 엎질러진 물. 즉석에서 입양하고 만다!
그것은 철학자의 인생을 결정짓고 세계관을 뒤흔드는 만남이었다. 그들의 동거 제1원칙이 (혼자 두면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어디를 가든 동행한다는 것이었기 때문. 줄도 묶지 않고,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나란히. 그게 가능하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늑대 ‘브레닌’은 그 어떤 인간보다 의연하고, 우아했으며, “누구보다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철학자의 ‘늑대 형제’로 성장했다.
늑대,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의 위선을 바라보다
저자는 뒷마당에 개를 묶어 두는 사람들에게 호언한다. 전형적인 먹이를 무시하도록 늑대를 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오라고 부르면 오도록 개를 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말이 전도된 것 같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물론 개와 늑대는 다르다. 학자들은 전 세계 500여 견종 모두 15,000년 전 늑대의 후손이라고 추정한다. “늑대가 인간 집단에 애착을 느껴 개가 된 시점”(62쪽)이 있다는 것. 그 후 15,000년간 개는 마법의 세계에 길들여졌다. 반면 늑대는 여전히 역학적 세계에 살고 있다. 그들의 몸속엔 서로 다른 역사가 흐르고 있다. 인간이 지배하는 마법 세계에서는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진다. 반면 늑대가 살아온 자연 세계는 부러져 덜렁거리는 나뭇가지 밑으로 지나면 위험하다는 역학적 질서가 지배한다. 이 역학적 지능을 힘이 아닌 논리로 이해시킨다면, 소통도 훈련도 가능하다.(49~51쪽)
브레닌은 4일 만에 목줄 없이 나란히 걷기를 터득해 문밖으로 나섰다. 강의실에서는 길게 하울링하고, 파티장에서는 여심을 사로잡고, 어디를 가나 인기 만점이지만, 브레닌이 늑대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는 철저히 ‘개’(말라뮤트)라고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미국은 치밀한 남획 정책 끝에 야생 늑대가 절멸해 가던 시점이었다. 사실상 늑대를 키우는 건 불법. 이런 상황 속에서 늑대는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 세계에 어울려 살면서 거꾸로 인간의 가면을 되비추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인간의 가면은 ‘행복 추구’였다. 지금까지 엄청난 크기의 숲이 희생되어 행복의 비결을 알려 주는 책들이 만들어졌지만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저자는 쾌/불쾌와 같은 감각에 의존하여 만족스런 감정 상태를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게 인간이라는 데 착안하여, 인류를 ‘행복중독자’라 칭한다. “요컨대 인류의 가장 명확하고 단순한 특징은 감정을 숭배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일 것이다.”(209쪽) 감정 생산에서 감정 점검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순간, ‘노이로제’가 발생한다고 한다.(208쪽)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어떤 감정을 쫓다 못해, 쫓기고 있지는 않은가?
반면 다른 동물들, 말하자면 늑대는 감정이 아닌 실체, ‘토끼’를 쫓는다.
늑대는 먹이를 쫓아 30km를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브레닌이 토끼의 움직임을 따라 15분까지 숨죽인 채 기다리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온몸을 경직시켜 다음 순간을 위해 참고 견디는 일, 그것은 분명 유쾌하거나 즐거운 감정을 선사하진 않을 터. 그러나 브레닌은 토끼를 잡건, 못 잡건, 사냥 시간이 끝나면 눈을 반짝이며 환희에 젖었다. 저자는 그로부터 즐거움과 불편함이 하나 될 때 비로소 행복이 완성된다는 야성의 철학을 발견한다.
지금처럼 길들여지기 전에 나는 누구였을까?
늑대는 아주 오랫동안, 특히 유럽의 동화 속에 등장했고, 대부분 악역을 맡았다. 종종 반인반수 히어로로 변장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판타지라는 데는 다르지 않다. 우리는 판타지 밖으로 나와서는 단 한 번도 늑대를 만난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아주 새롭다.
보다시피 이 책은 실화다. 옆집에 사는 개 이름이 사실은 늑대인 걸 당신만 몰랐다고 상상해 보자. 도로 위에, 쇼핑센터에, 비행기에, 페리의 갑판 위에, 파티장에, 함께 있었지만 그 존재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말이다. 여기 인간의 세계에 동참해 상상 초월의 세상살이를 했던 한 마리 늑대의 삶이 펼쳐진다.
둘째, 극과 극의 만남 속에서 극과 극의 실체를 말한다. 우리는 미녀와 야수처럼 특이한 만남에 솔깃해 하곤 한다. 책 속의 두 주인공은 완벽한 극과 극의 만남을 보여 준다. 세상을 지배하는 종과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만남이자, 지성과 야성의 만남이다. 인간의 색안경을 벗고 이 만남을 들여다보면 늑대뿐 아니라 늑대라는 거울에 비친 인간의 진실 또한 볼 수 있다.
셋째, 이 책은 늑대를 판타지 속에 구겨 넣었던 우리들, 늑대를 야만과 절대 악의 상징 속에 가두었던 우리도 한때는 늑대였다고 말한다. 야만도 사악함도 아닌 야성 그 자체로서의 늑대 말이다. 귀가 닳도록 들었던, 머리는 내려 두고 가슴은 열라는 말, 그것은 이미 거세된 야성에 귀를 기울이라는 헛된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길들여진 짐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인간이라도 날 때부터 길든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바로 세상에 길들여진 채 자신의 참모습을, 삶의 참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 내면에 잠든 야성의 눈을 일깨운다. 즉, 우리 내면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를 찾는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