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_기생충처럼 살아도 괜찮아
1. 알 시기
조충
구충
아기
고
모기
대변(1)
대변(2)
대변(3)
2. 유충 시기-중간숙주
귀요미충
구더기(1)
구더기(2)
구더기(3)
벼룩
체체파리
거머리
옴진드기
낭만충
3. 성충 시기
난소낭종
톡소포자충
실험동물
죽은 태아
포충
이
방산충/소라게
아메바
후기_책벌레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기생충은 줄곧 내 곁에 있었다. 기생충은 어릴 적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장난감이었으며(비록 그것들이 나와 함께 놀지도 않고 내가 자기들을 가지고 놀게 해주지도 않았지만), 심지어 보이지 않는 형제이기도 했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ABC를 익히고 “How are you?”도 배우기 전에 나는 ‘Parasitology(기생충학)’라는 난해하고 발음하기도 힘든 영어 단어를 외웠다. _19-20쪽
“세상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많지만 일부러 몸속에서 기생충을 기르는 사람은 많지 않아. 기생충을 기르는 게 정말 엄마 말대로 건강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면 어째서 전 세계 60억 인구 중에 일부러 기생충을 기르는 사람이 없겠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기생충을 기르는 게 내 이상이야. 아직 실현시키지 못했을 뿐이지.”
“그걸 없애버릴 순 없어?”
“왜 없애? 벌써 4년도 넘게 기른걸!” _33쪽
우리 반 아이들 중 혼자 밑을 닦지 못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매일 아침 나의 대장을 텅 비우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나는 매일 아침 30분 동안 변기에 앉아 있었다. 아니면 학교에서 아무리 똥이 마려워도 꾹 참다가 집에 와서 해결했다. 나의 똥 참기 신공에 나조차도 매번 감탄했다. 심지어 하루 종일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오줌을 참은 적도 있다. 나는 그게 초등학교 여학생의 필수 과목이라고 생각했다. _74-75쪽
누가 나의 방패를 깨뜨리고 다가와 호의를 보이며 도움을 주어도 당혹스럽기만 했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뭔가 빚진 것처럼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았고 어떻게든 보답하려고 애를 썼으며 그들이 내게 잘해주는 이유를 나 스스로 ‘발명해냈다’. 이를테면 내가 그들을 도와준 적이 있기 때문에 ‘기브 앤 테이크’의 차원에서 내게 잘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_118쪽
엄마에게 폴란드 문화부로부터 상을 받을 것 같다고 했을 때도 엄마의 첫 반응은 “응”, 이 한마디였고, 얼마 후 정말로 상을 받았을 때도 “잘됐다”, 이 한마디가 전부였다. 사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내가 무능하고 아무 일도 할 줄 모른다는 확신에 차 있어서 내가 어떤 일을 잘해내서 성과를 거두면 오히려 놀라고 당황하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나에게 어릴 적부터 “성과를 좇지 말라”고 세뇌시켜왔다. 내가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갈 줄 누가 알았을까? _250-251쪽
아빠와의 감정 교류가 불같았다고 한다면, 엄마와의 감정교류는 얼음 같았다. 엄마가 내게 냉정한 것도 아니고, 비록 약간 냉소적인 영국식 유머에 가깝기는 하지만 유머 감각도 뛰어났다는 걸 미리 밝혀두어야 할 것 같다. 모든 게 다 좋을 때는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분노, 난감함, 슬픔, 불만 같은 힘든 감정들이 나타나면 엄마는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라 억누르거나 외면했고, 나와 나의 감정은 어두운 곳에 내팽개쳐졌다. _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