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 지은이
  • 옮긴이
  • 발행일
  • 브랜드명
  • 페이지
  • 정가
  • ISBN
  • 루스 호건
  • 김지원
  • 2017.04.28
  • 레드박스
  • 356쪽
  • 14,000
  • 9788989456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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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잃어버린 물건에 얽힌 사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운명을 아름답게 그려낸 소설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약혼녀가 세상을 떠난 날 그녀가 선물했던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앤서니. 그때부터 그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다 서재에 보관하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그 주인들을 찾아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겠다는 희망을 품고서. 하지만 세월이 흘러 떠날 때를 예감한 앤서니는 비서인 로라에게 편지를 남겨 자신이 평생 이루지 못한 그 꿈을 부탁한다. 약혼녀와 같이 살려고 장만했던 아름다운 집과 장미 정원, 그리고 집 안을 떠도는 약혼녀의 슬픈 영혼도 함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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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방 안의 유리문에 드리워진 레이스 커튼이 오후의 강렬한 햇살을 분산시켰다.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온 한 줄기 빛은 먼지 입자들로 반짝거렸다. 그는 가방에서 헌틀리&파머스 비스킷 통을 꺼내 방 안에서 유일하게 말끔한 커다란 마호가니 탁자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안에 든 굵은 모래 같은 질감의 연한 회색 가루를 살펴봤다. 그도 수년 전에 이와 비슷한 것을 집 뒤뜰의 장미 정원에 뿌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사람의 유골일 리 있겠는가? 그런 걸 비스킷 통에 담아 열차에 놔뒀다고?_p. 9

앤서니는 그날 하루 종일 텅 빈 집을 절망적으로 돌아다니면서 그녀의 흔적을 하나하나 찾았다. 베개에 난 그녀의 머리 자국, 그녀의 빗에 남아 있는 금갈색 머리카락과 유리에 있는 빨간색 립스틱 얼룩. 이제는 사라진 생명의 보잘것없지만 귀중한 증거. 이후 비참한 몇 달 동안 파두아는 집 안에 그녀의 존재의 메아리를 보존하려고 애를 썼다. 앤서니는 방으로 들어갈 때마다 그녀가 조금 전까지 거기 있다 나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같이 그는 그녀의 그림자와 숨바꼭질을 반복했다. 정원이 보이는 방에서는 그녀의 음악이 들리고, 정원에서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밤이면 그녀의 키스가 입술에 느껴졌다. 하지만 점차, 아주 미세하게, 아주 조금씩 그녀는 그를 놓아줬다. 그녀 없이 그가 인생을 살아가게 해줬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는 흔적은 장미 향이 날 리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향기뿐이었다_pp. 30~31

선반과 서랍, 선반과 서랍, 선반과 서랍. 삼면의 벽이 꽉 차 있었다. 유리문의 레이스 커튼이 문틈으로 부드럽게 들어오는 저녁 공기의 리듬에 맞추어 오르락내리락했다. 희미한 빛 속에서도 로라는 모든 선반들이 꽉 차 있는 걸 볼 수 있었고, 보지 않아도 서랍들 역시 꽉 차 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평생의 작업이었다. 그녀는 방 안을 빙 돌면서 놀라운 기분으로 내용물들을 살폈다. 그러니까 여기가 앤서니의 비밀스러운 왕궁이었던 것이다. 꼬리표를 붙이고 애정을 쏟은 잡동사니 분실물들의 동물원. 이것들이 단순한 물건이나 선반에 장식용으로 올려놓은 잡다한 공예품이 아니라는 걸 로라도 알 수 있었다._p. 77

“내 말은, 어떤 면에서는 정말 멋져. 그 집은 정말 아름답거든. 하지만 거기 딸려온 어마어마한 분실물들 부분은 전혀 얘기가 달라. 내가 그 많은 물건들을 다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데? 완전히 미친 짓이야. 선샤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웹사이트가 효과가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는 데다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내가 돈 밝히는 헤픈 계집이라고 생각해. 난 쥐와 거미줄과 다른 사람들의 잃어버린 물건들이 가득한 집에서 백네 살까지 살다 죽어서 몇 달이나 발견이 안 되다 누군가가 결국에 문을 따고 들어왔을 땐 소파에서 액화돼버린 상태일 거야.”_p. 175

그는 마치 성질 고약한 어린애가 짜증을 부리다 지치게 내버려두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투로 말했다. 프레디와 선샤인 둘 다 침착하게 테레즈를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로라는 화가 났다. 분명히 세상을 떠나서 정원에 유골까지 뿌려진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건 깜짝 놀랄 만한 일 아닌가? 특히나 지금쯤이면 그들의 노력 덕택에 죽은 다음이긴 해도 어디선가 결혼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어야 할 사람인데. 정말이지 고마운 줄 모르는 행동이다. 로라는 우울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테레즈가 아니면 누구겠는가?_p. 247  

저자 소개

루스 호건

저자 루스 호건 Ruth Hogan은 부모님이 살고 있는 베드포드의 집에서 태어났다. 서점에서 일한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손에 들어오는 것은 뭐든지 읽는 것을 좋아했다. 가장 좋아했던 읽을거리는 『무민트롤』, 『1억 프랑』, 『사자와 마녀와 옷장』, 시리얼 통 뒷면, 묘비명이었다.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영문학 및 희곡을 전공했고, 십 년 동안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삼십 대 초반에 자동차 사고를 당해 전업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때부터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접골원의 접수원으로 시간제 근무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글을 썼다. 그러다 2012년에 암 진단을 받았다. “그것은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대머리에서 탈색한 애니 레녹스 스타일 금발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한 머리 모양을 경험하는 여행을 거치게 해줬다”라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화학치료로 밤새 잠을 못 잘 때도 글을 썼고, 결국 이 책을 완성했다. 그녀는 현재 보호소에서 데려온 여러 마리의 개들, 그리고 동반자와 함께 빅토리아식 주택에 살고 있다. 그녀는 ‘까치과’다. 항상 보물을 모아온다(관점에 따라서는 쓰레기라고 할 수도 있다). 영국 시인 존 베처먼의 열성 팬이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antimacassar(의자에 씌우는 덮개)’다. 그리고 여전히 묘비명 읽는 것을 좋아한다.
twitter.com/ruthmariehogan
instagram.com/ruthmariehogan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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