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그래프나 수식으로 구성되는 ‘경제학개론’ 수업 이전의 경제 현실을 지극히 일상적인 문답으로 풀어낸 책. “돈이 많으면 왜 좋을까?”와 같은 기초적인 질문부터 매일 우리네 점심값을 결정하는 ‘가격과 물가’ 문제, 사업이나 대출의 여부가 결정되는 ‘시장과 금융’, 나의 경제적 자유를 늘려줄 ‘증권과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알짜배기 경제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을 통해 경제의 큰 그림은 물론이고 경제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구체적인 팁까지 알려주며 누구에게나 잠재된 ‘경제머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들어가며: 경제머리에 필요한 공부는 1인치 정도면 충분하다
1장 돈
1 세상에 돈이 사라지면 근심 걱정도 사라질까?
2 돈이 있으면 왜 좋을까?
3 돈은 왜 돌고 도는 걸까?
2장 가격과 물가
4 기업만 가격을 정하는 걸까?
5 가격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6 시시각각 가격이 변하면 어떻게 될까?
7 가격 규제는 누구를 위한 걸까?
8 금리 인하는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9 경매로 번 돈을 어디에 쓸까?
10 환율은 누가 정할까?
11 우리나라 돈도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까?
12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도 오를까?
13 환율은 왜 여러 종류로 표시될까?
14 환율이 오르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
15 물가는 왜 오르기만 할까?
16 물가를 어떻게 측정할까?
17 내가 느끼는 물가는 다른데?
18 인플레이션은 왜 골칫거리일까?
19 물가가 내려가면 좋을까?
3장 시장
20 독점은 왜 환영받지 못할까?
21 기업들은 왜 담합을 할까?
22 주중보다 주말이 비싼 이유는?
23 정말 손해 보며 장사하는 걸까?
4장 금리
24 금융은 왜 중요할까?
25 한국은행이 돈을 공급하는 비결은?
26 양적완화는 무엇을 완화하는 걸까?
27 기준금리는 누가 정할까?
28 은행은 내 예적금을 어떻게 관리할까?
29 예금자보호제도, 믿어도 될까?
30 금리는 왜 여러 종류가 있을까?
31 친구의 대출금리는 왜 나보다 낮을까?
32 국가의 신용 등급은 어떻게 매겨질까?
33 은행은 왜 복리 예금을 내놓지 않을까?
34 적금 3%와 정기예금 2% 가운데 이자가 많은 쪽은?
5장 증권
35 증권회사와 투자은행은 무엇이 다를까?
36 나도 주식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37 주식시장은 왜 여러 개일까?
38 주식 거래는 어떻게 하는 걸까?
39 주식을 팔면 돈은 언제 들어올까?
40 배당금은 어떻게 받는 걸까?
41 주가지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42 금리가 올랐는데 주가는 왜 떨어지는 걸까?
43 주가를 예측할 수는 없을까?
44 주식회사는 자본금을 어떻게 늘릴까?
45 채권은 주식보다 안전할까?
46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어떤 걸 해야 할까?
6장 부동산
47 집은 왜 중요할까?
48 부동산 투자는 왜 어려울까?
49 전세 보증금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
50 전세와 월세, 어느 쪽이 유리할까?
51 내 집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까?
52 담보도 있는데 왜 대출이 안 될까?
53 집을 사면 세금은 얼마나 나올까?
54 갭투자는 누구나 성공할까?
55 주택의 종류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질까?
56 등기부등본은 왜 봐야 할까?
--- p.32~33, 「5. 가격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중에서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최고금리로 인한 부정적 효과도 있다. 이른바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이다. 우선 대부업체는 받는 이자가 줄어 수익성이 나빠진다. 그러니 대출 심사를 한층 까다롭게 해서 상환하지 못할 우려가 조금이라도 많은 고객에게는 아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취약 계층이 이에 해당한다. 가령 이전에 연 24%의 금리로 대출받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이제 아예 대출 자체를 받지 못하는 대출 난민이 된다. 결국 돈이 꼭 필요한 사람은 불법 대부업체나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이런 불법 대부업체는 법정 최고금리를 무시하고 수백 퍼센트에 이르는 말도 안 되는 금리를 적용한다. 실제로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들은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자 대출을 줄였다. 대부업 시장이 줄어든 것이다. 대부업에 의존할 필요성이 적어져 시장이 축소되는 거라면 반길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업체를 이용했던 저신용자들이 더 나쁜 조건의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린 탓이다.
--- p.48~49, 「8. 금리 인하는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중에서
총수요 증가나 생산비 증가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경기라는 게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므로 장기적으로 물가를 오르게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수입품 가격도 계속 오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일시적으로 급등했다가도 진정되는 일이 반복된다. 그렇다면 물가가 장기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답을 돈에서 찾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정부가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계속 늘리기 때문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른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을 통화주의자monetarists라고 한다. 통화주의자를 대표하는 밀튼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 현상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 p.81~82, 「15. 물가는 왜 오르기만 할까?」중에서
환영할 만한 디플레이션은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실 속 디플레이션은 심각한 경기 침체와 더불어 온다. 디플레이션은 경제를 퇴보시키는 현상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보다 더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과 반대로 화폐의 실질 가치가 올라간다. 이게 소비 촉진으로 이어지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가가 더 떨어진다는 기대감에 사람들은 물건값이 추가로 떨어지기를 기대하며 소비를 뒤로 미룬다. 판매 부진이 지속되니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인다. 파산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회사도 덩달아 부실해진다.
--- p.101, 「19. 물가가 내려가면 좋을까?」중에서
1년 만기에 연 금리 2%인 예금에 1,200만 원을 예치한 경우와 1년 만기에 연 금리 3%인 적금에 매달 100만 원을 예치하는 경우 어느 쪽이 이자를 더 많을까? (…) 적금의 경우, 저축한 적금 총액 1,200만 원에 금리 3%를 곱해 이자가 36만 원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적금은 예금과 달리, 한꺼번에 돈을 맡기지 않고 매달 조금씩 돈을 맡긴다. 첫 달에 부은 100만 원은 만기 때까지 맡기므로 3%의 이자가 온전히 지급된다. 그러나 두 번째 달에 부은 100만 원은 만기 때까지 은행에 맡기는 기간이 11개월이다. 이자 역시 12개월치가 아니라 11개월치만 발생한다. 마지막 달의 100만 원은 고작 1개월만 맡기므로 이자도 1개월치만 생겨 2,500원에 불과하다. 1년 동안의 이자를 모두 합하면 195,000원이다. 금리가 2%인 예금보다 이자가 적다. 예금은 1,200만 원을 맡긴 기간이 12개월이지만, 적금은 1,200만 원을 맡긴 기간이 기껏 마지막 한 달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자가 적은 게 당연하다. 예금 2%에서 얻는 만큼의 이자를 받으려면 적금 금리가 3.7% 정도는 되어야 한다.
--- p.202, 「34. 적금 3%와 정기예금 2% 가운데 이자가 많은 쪽은?」중에서
매매할 회사 주식을 정하고 나면, 주식 매매 주문을 내는데 이때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제일 먼저 거래자가 주식 가격을 직접 지정해 주문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테면 “A 주식 100주를 1만 원에 매수하겠다”는 식이다. 거래자가 원하는 가격을 직접 지정하므로 ‘지정가’ 주문 방식이라고 한다. 제일 많이 쓰이는 방식이라 ‘보통가’라고도 한다. (…) ‘시장가’ 주문 방식도 있다. 거래자가 가격을 지정하지 않고 그냥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거래하겠다는 취지이다. 가격과 상관없이 반드시 매매하려는 사람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거래자는 원하는 주식 수량만 입력하면 된다. 시장가로 거래되므로 주문 즉시 체결된다. 다만 거래자에게 불리한 가격에 거래가 체결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두 방식을 적절하게 섞어 보완한 게 ‘조건부 지정가’ 주문 방식이다. 시장의 정규 거래 시간에는 거래자가 입력한 지정가로 주식을 매매하지만, 장이 끝나기 10분 전까지 매매가 체결되지 않는다면 시장가 주문으로 자동 전환된다.
--- p.226~227, 「38. 주식 거래는 어떻게 하는 걸까?」중에서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됐어도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 보증금 비율)이 높은 지역이나 전세 수요보다 전세 공급이 많은 지역에서 신규 세입자를 미처 구하지 못할 때 종종 발생한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말은 전세 보증금과 매매가의 차이인 갭gap이 작다는 뜻으로,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이른바 깡통전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령 10억 원짜리 집에 전세 보증금이 8억 원이라면 전세가율이 80%이며 집주인은 2억 원만 내고 집을 보유할 수 있다. 집주인에게 여유 현금이 충분히 있다면 관계없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전세 시세가 6억 원으로 하락한다면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서 2억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이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므로, 전세가율이 주변에 비해 높은 주택은 애초에 계약에 신중해야 한다.
--- p.294~295, 「49. 전세 보증금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중에서
이 사례에서 전월세 전환율과 대출금리의 비교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전월세 전환율이란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월세 비율이다. 가령 전월세 전환율이 3.0%라면 집주인이 2억 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연간 600만 원(=2억×3.0%)을 세입자로부터 받을 수 있다. 만약 전월세 전환율이 자신의 전세자금 대출금리보다 낮다면 월세가 전세보다 유리하다. 대출금리가 높거나 오르는 상황이라면 전세자금을 대출하는 것보다 월세로 사는 게 이득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금리가 높은 사람 역시 월세가 유리하다. 전세와 월세의 중간 형태인 반전세도 있다. 전세 보증금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책정하고 나머지 보증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월세로 내는 방식이다. 시중금리가 낮을 때 목돈보다는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선호하는 집주인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임차인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다소 줄일 수 있으며 상당한 규모의 전세 보증금 전액을 모두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 p.303~304, 「50. 전세와 월세, 어느 쪽이 유리할까?」중에서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작은 집을 전세를 끼고 적은 목돈으로 산 뒤, 매매가가 상승하면 되팔아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방식이다. 전세가율이 높아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작을수록 투자 금액이 적게 들어 갭투자가 유망해진다. 다른 사람의 돈을 이용해 많은 수익을 얻는 투자 기법을 레버리지leverage라고 한다. 신용 거래나 빌린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도 레버리지 투자다. 주식 선물에서 큰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레버리지 원리를 이용한 덕분이다. 갭투자 역시 전세라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독특한 특성을 잘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의 전형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