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마지막 질문
나를 깨닫는다는 것
  • 지은이
  • 발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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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
  • 정가
  • ISBN
  • 조윤제
  • 2022.03.25
  • 청림출판
  • 352쪽
  • 17,000원
  • 978893521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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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다산에 오십에 이르러 새로 쓴 오래된 지혜.
나를 이해하고, 타인에게 경청하기 위한 깊은 질문, 《논어》

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_ 《논어》 〈술이〉

ㆍ주자는 이렇게 《논어》를 해석했다
“세 사람이 함께하면 반드시 그중 하나는 선하고 하나는 악하다. 선한 사람을 본받고 악한 사람은 살펴보며 나를 고쳐나간다면 함께 길을 가는 두 사람은 모두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

ㆍ다산은 이렇게 《논어》를 다시 해석했다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하니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지 않다. 삼인행이란 함께하는 자가 적음을, ‘스승이 있다’는 말은 모두에게는 배울 만한 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함께하는 모두가 나의 스승이 되듯 나 또한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물들 것만 우려할 뿐, 자신 또한 타인을 물들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고전, 《논어》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을 엮은 경전으로, 연속된 흐름으로 전개되지 않기에 맥락을 살피기가 쉽지 않아 글 자체만 봐서는 온전한 해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서삼경 가운데 특히 읽기 까다로우며, 가장 많은 해석이 붙고 가장 많은 이견이 갈리는 경전이다. 동시에 피상적으로 접근하면 공자의 명언집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일상의 대화로 구성되었기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온고지신溫故知新부터 과유불급過猶不及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구절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논어》가 동양 고전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까닭은 이처럼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렵다는 특성에서 비롯된다. 경전을 안내하는 이가 맥락을 잡아주면서 행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주석서라도 남송의 주자와 에도 막부의 오규 소라이, 조선 후기의 정약용이 정리한 논어 해설서들은 각각 전혀 다른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논어》는 막 성인이 된 청년부터 인생을 정리하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변곡점에 놓인 다양한 사람들이 곁에 두고 참고하는 책이 되었다. 동양 고전에 익숙한 독자들이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 그리고 오십대에 이르기까지 삶이 전환될 때마다 반복해서 《논어》를 읽고 또 그때마다 새로움을 느끼는 까닭이다.

+다산은 이렇게 《논어》를 다르게 읽었다

“《논어》를 하나의 책으로 엮다 보니 기력이 점점 쇠약해져 몇 달 사이에 빠진 이가 셋입니다. 그만 붓을 꺾고 세월이나 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이 제게 세월을 허락해 글을 마칠 수 있게 해준다면 제법 볼 만한 책이 나올 것입니다.” _다산이 둘째형 정약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 많은 《논어》 해설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주자가 정리한 《논어집주》다. 《논어집주》는 오늘까지도 《논어》를 읽는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며, 현재 서점가에서 유통되는 《논어》 관련 도서의 상당수 또한 주자의 해설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은 오십에 이르러 이러한 《논어집주》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논어》를 다시 읽으며 훈고학적 주해인 고주와 성리학적 주해인 신주는 물론 이토 진사이와 같은 일본 유학자들의 주장까지 아우르는 등 당대 모든 학설을 망라했다. 그리고 《논어고금주》를 집필하면서 과감하게 주자의 심성론적 인설과는 다른 의견을 냈다.
이를테면 《논어》 〈공야장〉에 실린 고사를 두고 공안국이나 정현과 같은 유학자들 대부분은 자로의 우둔함을 공자가 타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다산은 이와 같은 통설에 반박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다! 공자는 자로를 가리켜 천승의 나라에서 조세와 부역을 다스릴 만한 사람이라고 했다. 어찌 공자가 자신을 따르는 제자를 함부로 희롱했겠는가. 공자는 자로에게 도를 구하고자 하는 열성과 목숨을 버려서까지 스승을 쫓으려는 마음을 봤다. 다만 그 의리에 현실이 따르지 못함을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논어》에서 가장 유명한 ‘삼우행’ 고사에서도 다산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주자는 이를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한 사람에게서는 선함을 배우고, 한 사람에게서는 악함을 보며 스스로를 살피니 모두가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풀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익숙한 해설이다.
그러나 다산은 “사람들은 자신이 물들 것만 우려할 뿐 자신 또한 타인을 물들일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함께하는 이들이 모두 나의 스승이 되듯 나 또한 누군가의 스승이 된다”고 주장하며, 자기성찰을 강조하는 주자의 해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했다.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이러한 다산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오늘날의 감각에 맞게 친절하게 정리한 결과다. 《심경》(다산의 마지막 공부)과 《소학》(다산의 마지막 습관)에 이어 다산이 새롭게 해석한 고전을 소개해온 베스트셀러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의 완결편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양 텍스트인 《논어》를 다산의 《논어고금주》를 중심으로 재배열해 그 가운데에서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65구절을 선정, 소개했다.

+다산이 오십에 이르러 마주한 질문,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당연히 육경六經이나 여러 성현의 글이야 모두 읽어야 하겠지만, 특히 《논어》만은 네가 평생을 두고 거듭 읽기를 바란다.” _다산이 제자 윤혜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논어고금주》를 집필하기 전 다산은 삶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지나고 있었다. 귀양살이는 끝을 기약할 수 없었고 뼈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아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산은 자신의 생이 혹시 헛돈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과 싸우며 《논어》를 다시 폈다. 그리고 그의 나이 쉰하나에 이르러 번민한 세월과 끝내 절망을 딛고 일어선 깨달음을 《논어고금주》로 정리했다.
다산이 자신의 둘째형 정약전에게 밝혔다시피 이가 셋이나 빠지고 뼈에 구멍이 뚫리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논어》를 새삼 재해석한 까닭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논어고금주》는 일찍이 정점에 올랐다가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해 골방에 갇힌 스스로에 대한 위로이자 자신의 삶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증거였으며, 그럼에도 모든 것을 감내하고 끝내 살아남아 내일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책에서는 《논어고금주》를 바탕으로 삼아 그가 남긴 다양한 글들을 교차해가며 다산이 오십에 이르러 평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더듬어간다. 그렇게 복원한 다산의 사상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바로 실천에 대한 강조와,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는 사랑(서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산의 마지막 질문》에서 정리한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하늘의 말을 알고 싶다면 먼저 사람을 알아야 하고,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랑해야 하며,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부터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어》처럼 산다는 것
 
《논어》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에서 시작해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로 끝난다. 다시 말해 《논어》의 맥락은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 소소한 일상의 지점에서 출발해 높은 이치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소소한 일상이란 새벽마다 마당을 쓸며, 가까운 사람을 아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하루하루다. 도덕 교과서에서도 따분하다고 타박할 만한 가르침이지만, 평생을 바치고도 따라잡기 힘든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일상에 담긴 위대함을 강조했던 다산은 《논어》를 평생 곁에 두고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그가 《목민심서》나 《마괴회통》과 같은 책을 집필하며 이웃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 이유도, 말년에 《소학》이라는 유학의 첫 경전과 《심경》이라는 마지막 경전을 나란히 읽으며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고, 그러기 위해 스스로부터 사랑하라고 말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남은 나와 다르지 않다’는 《논어》의 서恕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코로나19 이후 초개인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고립과 갈등이 일종의 시대정신이 되어가고 있다. 저마다 하나쯤 운영하고 있는 SNS를 들여다보면 소통이라는 복잡다단한 과정은 일찌감치 포기한 채 그저 공감을 구걸하는 독백이 범람하고 있다. 이러한 시절에서 인지상정이 구태로 취급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타인의 비극을 목도하며 그 고통을 그저 하나의 이슈로 소비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다.
‘인간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을 괴물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보자면 오늘날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바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없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될 때다. 이렇게 무례한 세상에 다산이 마지막까지 붙잡은 ‘마지막 질문’,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을 사랑하고, 남을 포기하지 않는 만큼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는 《논어고금주》의 가르침은 큰 울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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