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녹차’부터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 ‘봉황단총’까지
21세기 요즘 다인들이 들려주는 일상의 다도
차 입문자를 위한 다정한 에세이
서울의 한 골목길, 구불구불 좁고 복잡한 길을 지나면 나오는 찻집. 새로운 차를 마시기 위해서라면 낯설고 먼 곳이라도 기꺼이 찾아다니는 사람들. 내 방의 작은 테이블, 사무실 책상, 한강까지 향기로운 차 자리로 물들이는 다인들이 있다. 단순히 차가 좋아서 차 문화를 알리고 싶었던 이들은 차 이웃과의 교류, 일상 속의 다도, 차 동호회를 비롯해 차를 마시면서 시작된 온갖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쓰기 시작했다. 책에는 요즘 세대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는 다도 문화, 차 한 잔으로 얻는 소소한 삶의 기쁨, 차로 즐기는 이색적인 여행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차에 매력을 느끼게 된 입문기부터 차를 마시면서 일어난 별별 재미있는 일들을 마법처럼 펼쳐 놓는다. 대중적이고 편하게 마시기 좋은 ‘현미녹차’, 깊어진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무이암차’, 잡념을 덜고 마음을 비우기에 좋은 ‘말차’ 등 좋아하는 차를 100배 즐기는 방법까지 소개한다. 차를 그 자체로 즐겁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정감 있는 에세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향긋한 차의 매력에 빠져 티포트에 찻물을 올리고 싶어질 것이다.
프롤로그 차 마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1장 웰컴, 차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당탕탕 차 입문기 / 한낮의 포근함, 실론
차는 분위기가 40퍼센트 / 초여름 밤 월광, 백차
차 짐을 사수하라 / 시간이 만든 보석, 전홍
부어라 마셔라 / 한국인의 소울에 새겨진 차, 현미녹차
차 마시는 삶이 말해주는 것 / 영혼의 사우나, 보이숙차
[부록] 차를 시작하기 전 알아두면 좋은 다구들
2장 세상만사 달콤 쌉싸름한 다인의 차 문화 예찬
팀장님, 오늘은 차 마시고 싶으니 휴가 쓰겠습니다 / 훌쩍 떠나자, 대만 고산차
사무실에서 다도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 3분 만의 힐링 마법,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오직 나를 위한 3분 / 시간에 공들이세요, 얼 그레이
퇴근 후 말차 한 잔 쭉 / 번거로워야 얻어지는 간결함, 말차
마시는 시간 여행 / 좋아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겨주세요, 니나스 - 떼 쉬르 라 륀(The sur la lune)
[부록] 내 맘대로 편안하게, 요즘다인의 차 우리는 법
3장 나의 수상하고 평범한 다도 일기
낙엽 처리의 해 / 생생한 봄의 시상,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
가지마다 다른 꽃이 핀 나무처럼 / 시간의 밀도, 보이생차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 귀를 사로잡는 바이올린 공연, 봉황단총
차 이웃은 뭔가 다르다 / 안부를 전해주세요, 랍상소총
[부록] 요즘다인과 함께하는 다구 쇼핑 가이드
4장 고르고, 우리고, 마시는 즐거운 세상
한강에서 치맥? 아니, 다과! / 봄 소풍의 기억, 문산포종
운월시사의 시작 / 오색구름을 타고 와요, 철관음
등나무 푸른 그늘 아래 / 파스텔 톤의 낭만, 안길백차
처마에 가을비 떨어지고 / 한 폭의 동양화, 무이암차
에필로그 날이 좋아요, 차를 마셔요
---「프롤로그_차 마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중에서
방문을 열고 일곱 걸음을 걸으면 벽에 부딪히는 기숙사에서도, 조그마한 창문이 있어서 다른 방보다 5만 원이 더 비쌌던 고시원에서도 저는 최소한 두 종류가 넘는 찻잔을 가지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어떤 작은 공간에서도, 찻잔은 단지 차를 마시는 데에만 쓰이지 않았습니다. 기분에 따라 찻잔과 차를 골라서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시간이 저에게는 영혼이 쉬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차 짐을 사수하라」중에서
차를 꾸준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차를 마시는 시간에 담긴 이야기와 그 시간에 느끼는 아름다움에 집중합니다. 또는,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 좋다고도 하지요. 그것은 아마 거창한 지식보다는 향기나 분위기에 감각을 내어주고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일 겁니다. 목적이나 효율이 아닌 차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만나 선뜻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끼는 평온하고 따뜻한 깨달음이겠지요.
---「차 마시는 삶이 말해주는 것」중에서
저의 다도는 다른 어떤 다도와도 다르고, 더 복잡한 정식 다도에 비하면 별것 아닌 절차들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해놓은 틀이 있다면 그 무엇이든 다도라고 부를 수 있고, 그 틀의 기준은 ‘마시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퇴근 후 말차 한 잔 쭉」중에서
언제고 편안하게 찾아가서 좋아하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 나를 늘 반갑게 맞아주면서도 지나치게 불편하지 않은 곳. 잘 꾸며진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며, 기분전환보다도 조금 더 깊은 쉼을 주는 곳. 그곳이 저에게는 찻집입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중에서
여럿이 있을 때에 ‘이렇게 해볼까요?’ 혹은 ‘이런 건 어떠세요?’ 하는 작은 제안은 서로의 긍정으로 커져 계획이 되고, 다회가 되고, 계절 여행이 됩니다. 만약 차를 드신다면 언젠가는 이런 모임을 꼭 해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차와 풍류에 얽힌 또 다른 재미난 일들이 가득 펼쳐져 있으니까요!
---「운월시사의 시작」중에서
차 한 잔에 담기는 개인적인 이야기들, 사람들과의 이야기들. 이 차가 지금 나에게 도달하기까지 거친 손들을 떠올리다가 문득 고요함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차를 마실 때 세상에는 나와 차 한 잔, 오직 그뿐임을 느끼면서 속삭이겠지요. 오늘도 잘 마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