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만 8,000년 전 아프리카에서 ‘내일’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간소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내일’이라는 근거 없는 약속 안에 인류를 이끈 위대한 힘과 사피엔스를 인간으로 만든 위험한 특성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시간적으로는 6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학문적으로는 전공 분야인 역사와 진화생물학은 물론 고고학과 문화인류학, 나아가 언어철학과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저자는 자신의 가설을 차근차근 검증해나간다.
선사시대 인간이 동료에게 “내일 보자!”라고 말한 그날, 역사는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누군가가 “내일 보자!”라고 말한 그날에, 바로 모든 것이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모든 것을 각기 다른 여러 방식으로 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 뇌를 구성하는 150억 개의 뉴런은 창의적이라는 질풍에 휩싸이게 되었고 상상된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축적과 잉여가 탄생했고, 이윽고 호모 사피엔스는 ‘과잉’의 소용돌이라는 현세의 지옥에 빠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에서 지나침의 역사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첫 번째는 거품(현재)이다. 여기서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의 특이성을 지나침, 과도함으로 정의한다. 두 번째는 뿌리(과거)다. 여기서 우리는 오히려 뇌의 지나친 성장 때문에 극도로 취약한 입장에 놓이게 된 우리 조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전이(미래)다.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역량은 현대인이 가진 결정적인 장점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내일을 발명한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연속적으로 거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자가 되었다고 밝힌다.
한국의 독자들께 드리는 글
들어가기 전에
들어가는 글 최고의 축복이자 저주, 내일
제1장 거품
인간은 왜 너무, 넘치게, 지나치도록 진화했을까?
생물학적 연속성의 법칙 / 놀이 거품 / 길들이기 거품 / 거품학 개론 / 자연선택 이론으로는 부족하다 / 인간은 유일하고 별종인 동물 / 인간이 할 수 있으면 동물도 할 수 있다 / 인간이 별종이라고? / 번뇌 또는 문명의 불안 / “유일하지는 않지만 가장 너무한” / 뇌가 폭발하자 인구도 폭발했다 / 점점 커지는 뇌에 낀 거품 / 인구 거품 / 2008년, 거품 중의 거품이 터진 해 / 양은 곧 질이다 /
제2장 뿌리
인간은 왜 굳이 아프리카를 떠나야 했을까?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의 최종 심판 /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행진 / 인간은 다르기 때문에 인간이다 / 왜 인류는 아프리카를 떠났을까? / 아웃 오브 아프리카 또는 진화사의 엑소더스 / 어느 날 문득 사피엔스는 내일을 떠올렸다 / 호모 에렉투스도 아프리카를 떠났다? / 다시 다윈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 인간은 인간이고, 인간이다 / 다름 아닌 나에게서 시작하는 진화론 / 예외적인 것을 평범한 것의 상징으로 삼는다 / 인간의 ‘생산 결함’을 찾습니다 / 너무 이르게 험난한 자연으로 나온 인간 / 너무 커진 뇌는 아담을 타락시켰다 / 그렇다면 ‘알맞은 뇌’를 가진 종은 왜 멸망했을까? /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언어 / 인간이 떠올린 가장 위대한 문장, “내일 보자!” / 오늘을 사는 아기를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동물에게는 오늘만 존재하는가? / 동물에게는 오늘만 존재하는가?(2,000자 내외로 답하시오) / 동물에게는 오늘만 존재하는가?(자유롭게 답하시오) / 섹스에는 미래가 없다 / “종의 다양성을 위해 섹스를 한다!” (다윈 가문) / “게놈의 증식을 위해 섹스를 한다!” (신다윈주의자) / “재미있으니까 섹스를 하는 거지!”(수컷들) / 내일을 가늠하는 번식, 오늘만 있는 섹스 / 7,000,000,000 또는 부성애 / 동물들이 왜 미래를 기약하며 섹스를 해야 하지? / 언어의 바닥에서 태어난 내일 / 마티아스, 네 살 반에 낙원에서 추방당하다 / ‘내일’은 발명이 아닌 돌연변이다? / 당신과 나를 구별 짓게 하는 미래성 / 그러나 언젠가 우리는 모두 ‘오른쪽 벽’에 닿을 것이다 / 5만 8,000년 전에 이미 우리는 이겼다니까! / 인간답게 다음 장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제3장 전이
내일을 발명한 인류의 내일은 어떻게 진행될까?
멸종 직전에서 벗어나 지구를 장악한 이후 / 오른쪽 벽에 나타난 롱테일 / 변화를 위한 변화, 진화론을 위한 진화론 / 그리고 인간은 유에서 무를 창조했다 / 선사시대에서부터 시작된 가공할 음모, 교육 / 인간은 위임하는 동물이다 / 실업 상태에 놓여 음모나 꾸미는 뉴런 / 인류에게 내려진 최고의 축복이자 저주, 내일 / 인류 역사는 유년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 “나.”그래, 나. 모든 것의 근원! / 아담이 쫓겨난 이유,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좋다 / 무엇을 할 것인가? / 노동은 결코 신성하지 않다 / 반미주의자가 인류의 미래다 /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것에 대하여 /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인간이다
나가는 글을 대신하는 과잉
경제적 동물 / 자연에서의 규제 완화 / 다윈주의와 낭만주의 / 그래서 내가 경고했잖아요!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석
한국의 독자들께 드리는 글 중에서
아마도 한국에서 서양인이라고 부를 이 가련한 인간들이 한국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삼성과 핵폭탄일 것이다. 한국의 누군가는 삼성과 핵을 동시에 떠올리는 데 불쾌감을 느낄지도 모르겠고, 반대로 그 둘이 묘하게 어울린다는 짓궂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 한국의 독자들께서는 너무 노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무례는 한국인들이 이탈리아에서 피자와 마피아를 우선 떠올리는 것이나 이스라엘이라고 하면 탈무드와 팔레스타인부터 생각하는 것과 그다지 다르진 않을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중략)
나는 이 글에서 나의 책이 다가갈 독자들을 남한사람으로 한정짓지 않고 그저 한국인, 또는 한국의 독자들이라고 적는다. 이런 나의 단어 선택이 한국의 깊은 역사와 복잡한 사정을 모르는 데 따른 천진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확신하는 것이, 확신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남한사람이 아닌 한국인들이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중략)
멸종 직전의 인류는 어느 날 문득 내일을 떠올렸고, 그 순간 폭발하면서 지금에 이르는 위험하고 위대한 길에 나섰다. 그렇게 인간은 삼성 핸드폰을 만들었고, 불행히도 핵폭탄도 만들었다.
(중략)
내일이 ‘발명’된 이후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거나 또는 아마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바로 우리 삶의 중심이 되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내일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아주 작은 가능성은 우리 인간의 머리 위를 맴돌았고, 급기야 꿈으로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 한국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게, 그리고 더 깊이 아는 사람이 있을까?
민족과 지역을 막론하고 ‘내일’이라는 개념은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동시에 ‘내일’은 불행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특히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은 희미하기만 한 ‘내일의 희망’을 위해 기꺼이 오늘의 즐거움을 포기해가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하는 한편, 다가오지 않은 내일에 얽매여 그 두려움 때문에 노후계획이나 결혼, 출산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오늘에 만족한다고도 한다. 인류가 미래라는 발명품에 중독된 별종이라고 한다면, 한국인들께서는 인류의 어떤 상징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