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아빠는 불안하다
1. ‘싫어, 싫어’ 노래하는 아이
‘예스맨’에서 ‘반항아’로│아이의 모든 언어는 ‘싫어, 싫어’로 통한다│규칙과 현실 사이에서│누구를 위한 규칙인가│아빠가 미안하다
2. 아이가 집에 없는 날
분리 불안이라는 것│‘부모형 분리 불안’│‘내 것’을 잃을 것 같은 느낌│“부모는 육신의 부모이자 아이를 맡은 자에 불과하다”
3. 중국집 치킨 사건의 전말
중국집에서 치킨을 요구하는 아이│아름다운 복종은 가능한가│ 어머니, 기계│기계를 만족시키는 기계│자유로운 아빠가 아이도 자유롭게 한다
4. 아이와 함께 피아노 두들겨 패기
아이와 노는 게 말처럼 쉬운가│호이징하의 일침, “모든 것이 노는 것”│재미는 필수, 효과는 부대│세상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게임
5. 낙동강변에서 춤을, 토이저러스에서 울음을
아이와 ‘공간’을 방랑한다는 것│프로이트의 ‘여기-저기’ 게임│타인의 욕망은 어떻게 나의 욕망이 되는가│아이만의 ‘볼레로’를 위하여
6. 아이가 ‘언어라는 아름다운 사슬’에 묶일 때
말이 빠른 아이가 똑똑하다?│아이의 언어생활 : 랑그와 파롤│시인은 태어나는가?│아이여, 언어 제국의 난민으로 살라
7. 마더(mother)가 될 것인가, ‘마더(murder)’가 될 것인가
두 유형의 엄마들│육아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아우구스티누스의 경우│사무엘 베케트의 경우│자기화와 동일시 사이에서│마더(mother) vs ‘마더(murder)’
8. ‘싫어, 싫어’에서 ‘안아, 안아’로
독립심이라는 신화│‘안아, 안아’는 아직 덜 안겼다는 신호│엄마의 품 vs 아빠의 품│품의 박탈 사회
9. 칼에 베여 손금이 하나 더 생기면 운명도 바뀌나
상처와 흠집과 걱정│아이폰은 왜 그렇게 흠집이 잘 날까?│예수의 옆구리 상처가 주는 교훈│아이의 상처를 관용하고 견디는 부모
10. 신난다, 신난다!
딱히 신날 게 없는데도 신난다는 아이│고흐의 그림에서도 감동을 못 느끼는 아빠│새로움이란 무엇인가│‘판단 중지’가 경이를 체험하게 한다
11. 우리 아이가 망가뜨렸으니 물어내라고?
책임 전가│그래도 아빠는 억울하다│책임질 사람이 사라진 이유│숙명적 사랑의 책임│아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로 책임진다
12. 두 할머니께 부치는 반성문
외할머니 품이 더 친숙한 이유│할머니들과 아빠의 육아 신경전│아이에게는 스스로 융합하는 힘이 있다│할머니들께 부치는 반성문
13. 아이의 폭력에는 이유가 있다!
데카르트의 아기들│아이는 꼬마 실험가│무반응, 또 하나의 폭력│예술로 승화된 폭력들│신적 폭력으로 신화적 폭력 중지시키기
14. 말만 많은 아이, 말이 남다른 아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헬렌 켈러가 언어를 배운 방법│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순서│조기 영어 교육의 허실│기다렸다가 정확히 반응하라│아이마다 고유한 언어 리듬이 있다
15. 뉴욕으로 가는 비행
너와 나를 나누는 출국 심사│뉴욕행 비행기, 아이는 없다│아이라도 수상하다?│드디어, 엄마를 만나다
16. 헬로 키티 마니아가 사는 법
헬로 키티, 할렐루야│신앙이 된 키티│키티 목욕하는 날에 있었던 일│키티 존재론│우스워 보인다고 업신여기지 마라
17. 아래층이 수상하다
아랫집은 왜 이사 갔을까?│ 층간 소음의 에티카│우정의 윤리가 필요하다
18. TV에 홀린 아이, 혹은 부모
TV가 나쁜 100가지 이유 중 4가지│영상통화와 영상 메시지는 어떤가│책임을 회피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사실과 사실 아닌 것 사이│안녕! 뽀로로, 폴리, 타요…
19. 이야기에 갇힌 아이, 이야기로 해방되는 아이
‘할머니’의 이야기│노예의 이야기, 이야기의 노예│이야기는 혁명이다│아빠의 이야기, 아이의 이야기
20.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 2시
첫 번째 헤어짐│두 번째 헤어짐│세 번째 헤어짐│‘2시’에서 ‘열 밤’으로│선 vs 원│시간관을 넘어 시간 지평으로│폭과 서사의 문제│간절한 기다림
21. 눈 깜박임, 틱, 그리고 스트레스
아, 나는 얼마나 나쁜 아빠인가│엄마! 어디 가?│스트레스 유발 사회│좌뇌-우뇌의 불균형│아이의 스트레스 해소에 둔감한 사회
22. 아이의 가위 바위 보
아버지와의 권투 시합│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지더라도 잘한 것’의 가능성│은폐된 미래 혹은 은폐시킨 미래│‘적극적 패배자’ 예수의 급진성│불가능성의 가능성을 위해, “번개 파워!”
*에필로그_일출봉 오르는 길
*부록_1. 아빠와 아들의 변증법
_2. 아빠와 엄마가 뽑은 ‘생각하는 육아 추천 도서’ 베스트 6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뚱뚱한 아빠인 나는 대체로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해서 내게 편리한 규칙을 세워 아이에게 따르도록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가 더 부지런하게 움직일 것을, 자신의 의도를 읽어 줄 것을, 자신이 결정한 것을 함께 해 주기를 기대한다. -23쪽.
내가 독자적인 자아인 것처럼 아이는 독자적인 자아이다. 부모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동시에 아이는 내가 나를 넘어서서 사랑하는 존재인 만큼 내가 전적으로 돌보아야 할 존재이다. 이 긴장을 이해하고 유지해야 한다. -32쪽.
이것은 지금도 계속되는 나의 성장통이다. 나는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많은 어휘량, 더 많은 재능, 더 큰 키… 아이는 나의 모든 요구를 다 충족시킬 수 있을까? 내가 그러지 못했던 것처럼 아마 할 수 없거니와, 설령 다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인간이 아닌 ‘베이비 몬스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 -41쪽.
나는 아이가 아빠와 질 좋은 시간을 보냈을 때 아이의 태도와 얼굴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더 잘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경우는 아이는 혼자 놀고 나는 심드렁하게 드러누워 있기 일쑤이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육아 자체보다 더 급선무로 여길 때가 많다. 나는 알고 있는데, 왜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왜 아이와 놀아 주기가 이토록 힘든 것일까? -46쪽.
아이는 발레리의 표현대로 “언어라는 아름다운 사슬”에 묶이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그보다는 “무의식의 독재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도구를 획득하는 중”이라는 말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새로운 말을 배워 사용하는 것은 하나의 경이이다. 아빠는 아이가 어디에서 그런 말을 배웠는지, 어떻게 그런 방법으로 표현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62쪽.
아이를 안을 때 느끼는 감정의 정체는 분명 아이라는 존재로부터 부족하고 약한 존재인 아빠가 그럼에도 용납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기분일 것이다. 오래되어 묵은 상처도 “아빠!” 하고 달려와 안기는 아이를 통해 치유된다. 나의 오래된 상처, 아주 예전에 박탈되었던 품이 아이를 거쳐 돌아온다. -85쪽.
부모가 아이의 상처를 흠집으로 대하면 아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각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다. (…) 반면에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면 이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의 위대한 힘에 감사하며 살게 될 것이다. -96쪽.
나는 아이가 하는 말을 조용히 따라 해 보았다. “신난다.” 그 말이 이상할 정도로 생경하게 느껴졌다. 신난다고 말했던 적이 언제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너무 사소한 말이라서 그럴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면 최근 나에게 신나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가끔 재밌는 일은 있어도 신나기까지 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100쪽.
아이도 아빠가 책임질 일을 자신이 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도 쉽게 잊는다. 부모가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때 아이는 아빠의 과오와 판단착오, 미숙한 양육 태도를 자신의 전 존재의 일부분으로 만든다. 부모는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 자신의 책임을 전가한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뚱뚱해지거나 거짓말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건 명백히 부모의 책임이지만, 책임의 대가는 아이가 진다. -117쪽.
아이도 많이 긴장했던 것일까? 입국 심사를 마치고 수하물을 찾는 중에 아이가 응가를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이의 똥은 모든 인간은 법적 권리를 지닌 존재이기 전에 누구나 배가 아프면 똥을 싸야 하는 생명체임을 확인시켜 준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이뤄진 아이의 똥 싸기는 어쩌면 미국 정부의 지문 채취에 대한 귀여운 저항이 아니었을까? -158쪽.
할머니가 세탁기에 넣자 아이는 솜이 다 빠져 버린 키티가 오징어처럼 납작해져서 돌아가는 모습을 세탁기 문에 난 창을 통해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아이는 키티가 세탁기에서 나올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두 돌이 갓 지난 아이가 무엇인가를 돌보고 지키려 한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으며, 더욱이 키티의 고통이나 키티가 사라져 가는 상황에 대해 아이가 슬퍼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166쪽.
실제의 현실에서 사람들은 뽀로로 마을의 친구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하고, 로보카 폴리가 사는 브룸스타운에 비해 현실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훨씬 어려우며, 꼬마 버스 타요가 운행하는 도로에 비해 실제의 도로는 훨씬 혼잡하고 지저분하다. 아이가 대화해야 하는 상대는 녹화된 영상 속에서 듣기 좋은 말만 해 주는 엄마가 아니라 잔소리하고 다그치는 실제 엄마이듯이, 아이들이 봐야 하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