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눈물을 닦다
조이한의 그림 심리 에세이
  • 지은이
  • 발행일
  • 브랜드명
  • 페이지
  • 정가
  • ISBN
  • 조이한
  • 2012.07.12
  • 추수밭
  • 212쪽
  • 13,000
  • 9788992355889
도서 소개
조이한의 그림 심리 에세이『그림, 눈물을 닦다』. 예술 작품에 대한 이론적인 해석이나 미술사적 의미를 따지는 것이 아닌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마음을 끌었던 작품들을 놓고 오래 생각하며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삶의 무의미함에 대한 저항이나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몸부림이기도, 벗어날 수 없는 고독과 절망과 슬픔에 대한 사색이기도 하며, 어떻게든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한 내용을 담은 작품과 그에 대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흐, 모딜리아니 등의 익숙한 고전 명화부터 아나 멘디에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등 현대 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 비친 사랑, 결혼, 관계, 슬픔, 늙음과 죽음 등 우리 삶의 중요한 화두를 성찰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모습과 삶의 진실을 알아보고, 지치고 상처 난 마음을 들여다보며 희망과 위안을 전해준다.
목차

들어가는 말_그림이 건네주는 삶의 위안과 기쁨
프롤로그_내 식대로 마음이 끌릴 자유, 누구에게나 있다
-오귀스트 르네 로댕의〈신의 손〉

PART 1 미칠 것 같다면, 세상에 나를 소리쳐

저항, 무의미한 삶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
-베첼리오 티치아노의〈프로메테우스〉

살아 있음의 절규! 나를 잊지 말아요
-아나 멘디에타의〈무제〉,〈신체적 특성〉,〈멕시코에서의 실루엣 작업〉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내가 아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모자를 쓴 여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안네트의 초상〉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제임스 엔소르의〈가면에 둘러싸인 엔소르〉
-질리언 웨어링의〈나는 절망적이다〉

PART 2 주저된다면, 사랑마저 반역할 것

사랑은, 상대의 눈에 비친 나를 사랑하는 것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나르시스〉

모든 사랑은 오해다, 다시, 모든 사랑은 상상력이다
-르네 마그리트의〈연인〉

허구와 진실의 경계에 선 웨딩드레스의 역설
-소피 칼의〈웨딩드레스〉,〈거짓 결혼식〉
-송연재의〈결혼의 상처 Ⅰ〉

완전한 사랑은, 꿈꾸고 기억하는 것으로만 존재한다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무제〉(완벽한 연인),〈무제〉

PART 3 치유할 수 없다면, 차라리 껴안아 버려

슬픔, 이겨 낼 수는 있어도 벗어날 수는 없다
-빈센트 반 고흐의〈슬픔〉
-마크 로스코의〈무제〉

상처는 가시처럼 기억에 박혀 아문다
-에바 헤세의〈액세션(Accession) Ⅱ〉,〈행 업(Hang up)〉

자살, 희망을 갈구하는 절망의 몸부림
-필립 라메트의〈사물들의 자살〉
-공성훈의〈담배 피우는 남자〉,〈낚시〉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는 것이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막대기를 들고 싸우는 사람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광장〉

PART 4 사는 게 곤욕이라면, 생각의 틀 자체를 바꿔 봐

편견이 작동하면 성인도 속물로 보인다
-안드레 세라노의〈오줌 예수〉

못생겨서 아름다울 ‘수’도 있다
-페르난도 보테로의〈춤추는 사람들〉,〈얼굴〉

현명하게 나이 들어 간다는 것
-루시안 프로이트의〈화가의 어머니〉
-메리 카사트의〈캐서린 켈소 카사트의 초상〉

그리움은 가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하는 것
-조지아 오키프의〈달로 가는 사다리〉
-안규철의〈먼 곳의 물〉

에필로그_그림은 어떻게 감동을 주는가
-우베 뢰쉬의〈풍크툼〉
-빈센트 반 고흐의〈해바라기〉
-에곤 실레의〈해바라기〉 

책 속으로

사는 게 고달픈 당신에게 권하는 ‘눈물 닦아 주는’ 그림 7

1. 겉도는 관계 때문에 힘든 당신에게… 모딜리아니 <모자를 쓴 여인>
눈동자가 없는 이상한 그림 때문에 내 생각은 계속해서 가지를 친다. 누군가를 알고 싶을 때 우리는 그의 눈 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말은 속일 수 있어도 눈은 속이지 못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때로 그 순한 눈동자로 사람을 속이기도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눈을 통해 그 사람을 알고자 한다. 상대가 사랑하는 이라면 그 갈망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아닌 타인을 진정으로 알 수는 없다. (48쪽)

2. 참고 사는 게 습관이 된 당신에게… 질리언 웨어링 <나는 절망적이다>
밝은색 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착해 보이는 청년이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우리를 향해 서 있다. 그의 눈과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다. 길거리에서 그를 만나면 주저 없이 길을 물어도 좋을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종이에는 “나는 절망적이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그의 겉모습과 문구가 너무 어울리지 않아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어느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일까?
이것은 작가가 길거리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에게 “남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달라”고 요청한 결과물이다. 그렇구나… 착하고 친절하게 보이는 미소의 젊은이는 속으로는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62~64쪽)

3.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당신에게… 카라바조 <나르시스>
사람들은 흔히,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상대의 어떤 점이 나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도록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위의 이야기대로라면 우리는 상대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과 사랑에 빠지는 거라고 봐야 한다. (…) 사랑은 결국 ‘상대의 눈에 비친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이 이야기 속에는, 어쩌면 모든 사랑은 결국 상대에게서 발견한 자기에 대한 사랑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나르시시즘을 인간이 넘어서야 할 발전 과정의 한 단계라고 말한다. 하지만 튼튼한 자기애가 받쳐 주지 않는다면 삶은 매우 불안하게 흔들릴 것이고, 지지와 확신을 주는 타인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 (74~76쪽)

4.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송연재 <결혼의 상처Ⅰ>
드러내 놓고 불행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표정을 짓지도 않는 어른들을 보면서 저런 게 결혼이라면 내 인생에 절대로 결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결혼의 상처Ⅰ〉이라는 그림이 보여 주듯 꿈처럼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지만 그 웨딩드레스 자락의 끝은 핏빛 생고기의 얇은 조각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누가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게 된 것이다.
그 생고기에서는 금방이라도 핏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나의 생살, 너의 생살, 그것들이 이어져 우리를 덮는다. 실온에서 그 고기는 썩어 갈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그림, 참 잔인하다. 잠시나마 행복에 도취한 여자들에게 꿈 깨라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90~91쪽)

5. 슬픔에 빠진 당신에게… 반 고흐 <슬픔>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얹은 팔에 얼굴을 파묻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부족할 것 없는 처녀가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우리는 그녀가 짓고 있는 표정을 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금 이 그림을 바라보는 내 얼굴과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자신을 기쁘게 해 주는 대상을 찾아 헤맬 것 같지만, 흥미롭게도 더욱 슬픔에 빠지도록 해 주는 예술 작품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슬픈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침 울고 싶은데 핑곗거리가 되어 준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은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림 속 여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슬픔을 다독이는 것이다. 이 세상에 슬프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으랴. 너도 나처럼 이렇게 아프구나…. (114쪽)

6. 절망 속에서 희망을 갈구하는 당신에게… 공성훈 <낚시>
어찌 보면 무섭고 절망적인 그림이지만 난 이 그림에서 희망을 본다. 그건 순전히 희망을 보고 싶은 내 개인적인 의지 탓이겠지만…. 하늘의 뜻이야 어떻든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아니, 차라리 내 인생에 개입하지 말라는 듯, 쏟아지는 빛내림과 상관없이 무심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낚시꾼. 이렇게 거친 파도 속에서 과연 낚시가 될까? 혹시 그는 고기를 잡아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검푸른 수면을 바라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던 그는 어쩌면 인? 

저자 소개

조이한

저자 조이한은 서울에서 태어나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노동자 문화운동연합에서 가수로 활동하다 1992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원래는 심리학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었으나 그림의 매력에 빠져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미술사와 젠더학을 공부했다. 현재 서강대 평생교육원, 인하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상상마당 등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미술사 강의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녀는 그림을 해석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림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늘 말한다. 지독한 외로움을 오기로 버티던 유학 시절, 에곤 실레의 〈해바라기〉 앞에서 무너지듯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알 리 없는 오스트리아 화가가 100년 전에 그린 그림이었지만 마치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준 것처럼 위안을 받았다. 이 책에서 그녀는 단지 그림 보는 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사랑 때문에 아픈 마음, 삶의 고달픔에 지친 마음,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는 마음을, 덮어놓고 괜찮다고 하는 위로가 아닌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다독인다. 지은 책으로는 《천천히 그림 읽기》(공저),《그림에 갇힌 남자》,《위험한 미술관》,《혼돈의 시대를 기록한 고야》,《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뉴욕에서 예술 찾기》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이 그림은 왜 비쌀까》,《예술가란 무엇인가》(이상 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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