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허희 산문집
  • 지은이
  • 발행일
  • 브랜드명
  • 페이지
  • 정가
  • ISBN
  • 허희
  • 2021.11.18
  • 추수밭
  • 228쪽
  • 14,000
  • 9791155401965
도서 소개
“우리는 왜 때때로 글을 읽고 때때로 글을 쓰는가?”

낙관은 너무 늦었고 비관은 아직 이른 삶에서
어렴풋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허희의 첫 산문집.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래 비평 작업을 통해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온 그가 처음으로 타인의 글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비롯된 글을 내놓는다. 그래서 이 책은 감히 예쁜 내일을 꿈꿀 수 없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글을 읽고 쓰라”는 권유가 마땅한지 주저하다가 서투르게 타인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는 스스로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겠다는 마음에서 써내려간 고백이다.

“나는 스스로가 싫어지는 상황을 자주 경험한다. 내가 꿈꾸는 이상은 터무니없이 숭고한 데 비해 내가 실제 사는 현실은 비루하기 짝이 없어서다.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 양자의 거리가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의 삶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겠지. 이미 반쯤은 체념하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반은 어떤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포기하지 못했다. 향상의 기대 없이, 나는 현재를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든 조금 더 만족스러운 쪽으로 바뀌어 가리라는 희미한 희망이 나를 숨 쉬게 한다.”
목차

프롤로그 비밀과 고백

1장 사랑은 중력이다
픽션으로서의, 망가진 사람들의 연애: 몇 편의 한국 근대 소설과 영화 〈오버 더 펜스〉에 부쳐
당신은 회한 쪽으로: 무모한 사랑의 말로
사랑은 중력이다: 역학적 사랑의 공식
매일 그대와: 공존하는 사랑의 결정
나와 너는 어떻게 증명되는가: 극한 사랑의 탐색
타이밍이 (안) 중요한 건가봐: 사건과 사고의 차이

2장 저기 수많은 별 중에
시간을 찾아서: 낭비 같은, 그러나 낭비가 아닌
공허를 부수는 이야기, 허무를 허무하게 하는 글: 다종다양 쓰기 욕망들
저기 수많은 별 중에: 생텍쥐페리의 비상하는 마음
슬픈 마음의 소리: 묘생과 인생 사이
기적은 아니지만 기적처럼 느껴지는: 조해진과의 ‘완벽한’ 대화
아이에서 어른으로: 배신과 이별에 대처하는 스카웃과 진희의 자세

3장 우리를 구원하는 우리
수학처럼 아름다운 삶의 증명: 우애수와 한국 사회의 참사화
실격당하는 인간과 문학적 삶: 다자이 오사무의 우울 너머
우리를 구원하는 우리: 비추고 비치는 빛
100퍼센트 확률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와 정세랑의 환상적 접점
우리가 함께일 수 있다면: 회자정리의 애도
긍지의 공동체를 위하여: 비극적 간극에 내재한 희망

4장 진실과 상실의 역설
어떤 복수보다 완벽한 복수: 셰익스피어의 통찰이 다다른 곳
희미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 계속하겠다는 선언의 가치
진실과 상실의 역설: 무라카미 하루키가 묻는 생의 좌표
아주 특별한, 보통의 삶: 평범해서 비범한 사람
역술원 말고 힘, 용기, 지혜를 구하기: 불안을 견디는 한 가지 방법
하루라는 시간의 역사: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들

에필로그 실패의 실패 224 

책 속으로

22쪽
“망가진 사람들과 연애하면 안 돼.” 지인의 조언에 반문해봤자 그럴듯한 답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기에 이렇게 되묻지는 않았다. ‘그런데 망가진 사람이 나라면 대체 누가 날 사랑해주지?’ 지인의 논리에 따르자면 마이너스 에너지로 가득 찬 두 사람의 만남은 -100 + -100 = -200의 등식이 된다. 그러나 〈오버 더 펜스〉는 제목처럼 어떤 한계선을 넘는 기적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만남이란 덧셈을 곱셈으로 바꿔 -100 × -100 = 10,0000이라는 전환을 만든다. 사랑이란 바로 그런 기적일 테다. _〈픽션으로서의 망가진 사람들의 연애〉 중에서

30쪽
개츠비와 달리 내 마음속에는 지금까지 사랑했던 모두가 각양각색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들과의 만남은 하나하나 아릿하면서 소중한 과거다. 왜 나는 그때 무수한 잘못을 저질러놓고 항상 늦은 후회를 하는 것일까. 돌이켜 보면 나의 거듭된 실수는 잃어버린 반쪽만을 간절하게 바랐을 뿐, 남아 있던 반쪽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싶다. 상대방이 나를 안아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안아줄 틈을 주지 않았다. _〈당신은 회한 쪽으로〉 중에서

47쪽
서로에게 우리 각자는 다른 사람일 뿐이다. 타인은 지옥이 아니라 오직 나만 있는 세상이 지옥이다. 사랑은 그 지옥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것은 또 다른 지옥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고립보다는 사랑이라는 희미한 희망에 스스로를 걸고 싶다. _〈매일 그대와〉 중에서

80쪽
많은 경우 글은 현실에서 힘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글을 통해 기억하고 재창조하고 타인을 껴안을 수 있다. 글은 세상에서 무력하지만, 글은 그 세상을 품어내 또 다른 세상을 구축한다. 실재는 우리가 딛고 선 땅이 아니라 우리가 날아가려는 곳에 있다. 폴과 '나'가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를 만들어냈듯이 말이다. 터무니없는 몽상 덕분에 그들은 끔찍한 현실에 무너지지 않았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소통하면서 가장 불행한 시기를 가장 행복한 시기로 바꿔놓았다. 그렇게 그들은 공허를 공허로 부숴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우도 여기에 있다. 글로써 모든 허무를 허무하게 만들고 싶다. _〈공허를 부수는 이야기, 허무를 허무하게 하는 글〉 중에서

119쪽
굳게 믿었던 파수꾼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받아들이면서 진 루이즈는 아이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어른이 된다. 때때로 나는 신뢰가 아니라 배신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동력임을 체감한다. 그렇게라도 아픔을 긍정해야 하는 날이 있다. 그래서 절대로 틀리지 않을 것 같던 세계관을 의심하기 시작할 때 다가오는 고통은 소중하다. _〈아이에서 어른으로〉 중에서

127쪽
낯선 장소에서 처음 본 사이지만, 그때 우리는 열일곱 살 동갑내기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헤어질 때에는 “안녕, 잘 가” 하고 서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친구들의 소식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7월 14일 부산으로 돌아가던 그들의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에서였다. 차량 연쇄 추돌로 인한 추락과 화재로 열여덟 명이 숨지고 아흔일곱 명이 다쳤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수학여행을 떠났던, 똑같은 열일곱 살짜리들이었다. 그런데 누구는 죽었고, 누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 기분의 정체는 죄책감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나와 무관하지 않았다. 효율만 내세우는 어른들의 사회에서 아이들의 죽음은 흔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우연히 살아남은 사람에 불과했다. _〈수학처럼 아름다운 삶의 증명〉 중에서

141쪽
김현은 문학을 해서 무엇을 하느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그 쓸모없음에 문학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새삼스레 문학을 절대화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문학이 아니라 문학적 삶이다. 제도 안에서 밖을 상상하는 행위가 문학이라고 한다면 그에 합치하는 모든 작업은 문학적 인자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_〈실격당하는 인간과 문학적 삶〉 중에서

163쪽
노는 “우리는 함께인 거지?”라고 간절하게 묻지만 우리는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언제까지나 함께일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사랑은 이별하고 나서도 끝나지 않는다. 사랑에 빠져보았던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사랑의 끝은 이별이 아님을 알고 있다. 우리는 사랑하고 이별하며 사랑한다. 이별마저도 사랑의 과정이다. 여전히 잘은 모르지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인생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상실 자체가 아니라 상실 이후의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_〈우리가 함께일 수 있다면〉 중에서

189쪽
세상의 웅성거림과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무관심한 채, 그저 열심히만 살아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거듭된 외침은 소설 안과 밖에서 새로운 의의를 확보해간다. 계속한다는 것은 과거를 단순하게 이어나가는 유지와는 엄격하게 구별되는 이질적인 반복에 가깝다. 그래서 황정은은 존재의 긍정성을 긍정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존재의 부정성마저 긍정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탐색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_〈희미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 중에서

213쪽
그래서 고독하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중얼거린다.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힘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꿀 용기와, 이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이마저도 길다 싶으면 세 단어만이라도 떠올리려 한다. 힘, 용기, 지혜. 힘, 용기, 지혜. 힘, 용기, 지혜. 힘, 용기, 지혜. _〈역술원 말고 힘, 용기, 지혜를 구하기〉 중에서 

저자 소개

허희

문학과 영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말을 하며 살고 있다. 삶의 진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삶의 진실과 나의 바람이 같지 않음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비평집 《시차의 영도》를 냈다.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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