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인생은 왜 동화처럼 될 수 없을까? 문득 든 기묘하고 우아한 생각들
  • 지은이
  • 발행일
  • 브랜드명
  • 페이지
  • 정가
  • ISBN
  • 김한승, 김지현
  • 2020.04.21
  • 추수밭
  • 328쪽
  • 15800
  • 9791155401644
도서 소개
하루에 한 번,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 찾아온다. 불 꺼진 방에 누워 가만하게 천장을 쳐다보며 오지 않는 잠을 불러올 때다. 하루를 반추하며 문득 ‘오늘 나는 몇 시간이나 살아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새삼스럽게 던지다 보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는 한동안 이어지는 생각 때문에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는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 생각들과 함께 쏟아지는 잠에 침잠할 것이다.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은 심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직한 속삭임이 그리운 밤, 그림과 함께 보면 그럴 듯하게 어울리는 철학 우화다. 우리와 괴리된 고담준론이 아니라 때로는 절절하고 대체적으로는 쓸데없지만 일상에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철학적 고민들을 47가지 기묘하고 우아한 동화로 은유했다.
목차

들어가는 글 생각의 정글에 대한 안내서

1부 정글 위 무지개
요람에서 무덤을 설계합니다/목동의 파리가 캘리포니아로 간 까닭은/맛이 좋은 맛의 달인 임팔라/북극에 살던 반달곰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큰 나무 밑에선 작은 나무라도 자란다/신기하거나, 기괴하거나 겨울 단풍/귀꺼풀/눈빛만으로는 용서를 구할 수 없다/다이어트 자본주의/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행 보험/잠들 듯 그대에게 다가가니/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아이들/다리 밑에서 주워온 강아지들/원숭이는 소망한다, 소망을 소망하기를/평범하게 비범한 인형의 꿈/나에게 액셀을 힘껏 밟아

2부 정글 속 사람들
체 게바라 사과와 히틀러 파인애플/티끌 빼기/인생은 김빠진 맥주로 만들어진다/사물의 얼굴/이미 끝난 비극을 기도하는 사람들/꿈을 파는 사람과 꿈을 주는 사람/행복이 사라질 때 행복은 완성된다/거울 앞에서 나에게 가위바위보/어느 날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 모른다고 사과했다/70억 명 모두가 연예인인 세상/오늘도 거짓말처럼 손이 시린 정글/첫사랑 독점의 법칙/축구는 감독의 예술, 감독은 선수의 감옥/유통기한이 사라진 박쥐인간/오늘도 달콤한 시지프 씨의 하루

3부 정글로 간 철학자
결혼반지는 복잡한 세상의 액막이/김소월의 이름으로 즈려밟으소서/노래를 뺏는 사람들/공평함은 공정한가?/엄마는 아이의 추억으로 아름다워진다/아주 오래된 심장/개 귀에 제2외국어/에밀레 종소리, 에밀레종 소리/올드보이 울트라맨/셋째 아이에게서 배우는 최고와 최선의 차이/삼회전 점프의 실패를 성공하기 위하여/내 은밀한 즐거움을 당신은 모르실 거야/아들 둘을 잃은 대신 두 아들을 찾은 어머니/바다를 지워 바다를 담은 풍경화/당신과 함께 늙어가고 싶었어

나가는 글 기쁜 비밀 

책 속으로

귀꺼풀이 돋아나고 어른이 되어버렸다
싫은 소리에 귀를 닫고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살았다.
어느 날 귀꺼풀이 돋아났다. 말이 통하지 않던 아버지처럼.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강아지들
다리 밑에서 진짜 주인을 기다리는 집 나온 강아지들을 봤다.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왜 들개는 있는데 들강아지는 없는 걸까?

체 게바라 사과와 히틀러 파인애플
세상이 미쳐 모든 것을 둘로 나눴다. 심지어 과일도 좌우로 나눴다.
아버지는 토마토가 비겁한 중도우파니까 먹지 말라고 하신다.

거울 앞에서 나에게 가위바위보
잠이 오지 않는 깊은 밤, 거울 앞에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무승부가 이어지다 어느 순간 내가 이겼다. 아니, 내가 졌다.

첫사랑 독점의 법칙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말은 틀렸다.
첫사랑을 독점하는 몇몇 빌어먹을 자식들 때문이다.


“오랜 추적 끝에 찾은 원수는 사형수 감옥에 있었다. 기회를 엿보던 나는 원수가 사형을 당하기 전날, 그의 마지막 식사에 독을 섞음으로써 가까스로 복수에 성공했다. 나는 원수가 그대로 사형을 당하면 복수를 위해 살았던 내 인생이 김빠진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복수에 성공한 나는 감옥에 갇혔다. 사람들은 내 복수가 김빠진 맥주처럼 헛된 일이라고 수군댔다. 우리는 김빠진 이야기를 두려워한다. 잠깐의 특별한 순간과 대부분의 김새는 일들로 이뤄진 우리 삶의 진실을 들킨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김새는 일로 이뤄진 평생을 특별한 순간에 바쳐 내 인생을 소설처럼 완결 짓고 싶었다.” _〈인생은 김빠진 맥주로 만들어진다〉 중에서

“수도꼭지에서 물이 두 방울 떨어졌다면, 이 두 물방울은 질적으로 동일하지만 수적으로는 동일하지 않다. 두 개의 대상이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동일하지 않다면, 각각은 스스로를 독특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구별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지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토이스토리?를 보면서 ‘영화 속 장난감들은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궁금해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우디는 자신과 질적으로 동일한 인형들이 여럿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디는 자신이 대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점이 우디의 놀라운 점이 아닐까?” __〈평범하게 비범한 인형의 꿈〉 중에서

“김교수가 좌파라고 규정하는 열매관은 자기 보호를 위해서 노력하지 말고 차라리 먹히는 전략을 취한다. 반면 그가 우파라고 규정하는 열매관은 자기 방어를 열심히 해 이를 통해서 더 많은 개체가 살아남는 전략을 취한다. ‘좌파의 극단에 딸기가 있습니다. 블랙베리, 라즈베리도 모두 극단적 좌파에 속하죠. 이보다 완화된 좌파, 또는 중도 좌파로 포도를 들 수 있습니다. 한편 우파의 극단에는 두리안과 파인애플, 또 수박 같은 과일이 있는데, 이중에서도 코코넛은 우파의 왕입니다. 단지 껍데기가 두꺼운 정도가 아니라 사람의 손만 가지고는 벗겨낼 수조차 없죠.’”__〈체 게바라 사과와 히틀러 파인애플〉 중에서

“중고 인공 장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었다. 예를 들어 다음은 시장에 나온 중고 인공 심장에 두 개에 관한 광고인데, 이 둘을 비교해 보면 그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1년밖에 사용되지 않아서 신품과 마찬가지인 인공 심장입니다. 아직도 제조사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20년 간 아무 문제가 없었던 인공 심장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20년도 문제없습니다.”
보통 중고 물건은 덜 오래된 것일수록 가격이 높다. 대표적으로 자동차가 그렇다. 하지만 인공 장기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인공 심장을 1년 동안만 사용했다는 말은 그 인공 심장을 사용한 사람이 1년 만에 죽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__〈아주 오래된 심장〉 중에서

“언론에서는 그를 ‘방부제 미녀’라고 불렀다. 이 표현은 나이가 들면 얼굴이 썩는다는 걸 전제하는 것 같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가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을 시작한 것은 그 즈음이었다. 그는 방에 틀어박혀 박쥐처럼 철봉 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랜 시간 동안 중력을 받게 되면 피부는 아래로 처지기 마련이야. 땅에 두 발을 딛고 있으면 안 되겠다.’ 그는 삶을 이등분해 반을 철봉 위에 거꾸로 매달려 살았다. … 어느덧 그의 나이는 환갑을 지났지만 그의 피부에는 주름이 거의 없었다. 철봉에서 인생의 반을 보내느라 온몸의 근육은 극도로 발달했다. 볕도 쬐지 않아 피부도 창백했다. 그는 여전히 젊어 보였지만 이제 그를 찾는 광고주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방부제 미녀락 부른다. 하지만 그 뜻은 전혀 달랐다. 이를테면 사놓고 잊어버렸지만 전혀 부패하지 않은 단팥빵과 비슷했다.” __〈유통기한이 사라진 박쥐인간〉 중에서  

저자 소개

김한승

어린 시절 학교 다니기를 누구보다 싫어했다. 지금은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학장으로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미학을 공부했으며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보냈던 블루밍턴이라는 미국의 작은 도시를 가끔씩 구글 지도로나마 들른다. 그곳에서 언어의 논리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논리학회장을 맡은 지금까지도 관심은 여전하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제는 논리 밖에 있는 것에 더 자주 관심이 간다.
조금은 철학자답게 스스로를 소개하자면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에 끌리는 편이고, 그 중간에 대해서는 덤덤하다. 우주 속 나의 위치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켜 2019년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라는 책을 썼다. 아무나 읽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 생각이 깊어지는 책을 쓰고 싶어 한다. 밤에 달빛을 보면서 누워 있길 좋아한다. 그렇게 가만하게 누워 있으면 잠이 점점 깨는 편이다. 1993년부터 지현의 아빠로 살고 있다.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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